검찰이 약 700억 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한 우리은행 직원과 공범인 동생의 자금 세탁 혐의까지 포착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임세진 부장검사)는 29일 우리은행 직원 전모(43)씨와 공범인 동생(41)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와 이들 및 관련자들의 주거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동생과 함께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은행 돈 614억 원 가량을 빼돌린 뒤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에 쓴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등)로 올해 5월 구속기소됐다. 전씨는 횡령 과정에서 돈을 인출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공문서와 사문서를 위조·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이들의 횡령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 동안 총 8차례에 걸쳐 있었고 횡령 규모는 697억 3000만원에 이른다는 점을 확인하고 검찰에 추가 통보했다. 검찰은 범행 규모와 기간,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다수의 차명 의심 계좌를 활용한 수법 등을 토대로 이들에게 범행 조력자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씨가 횡령한 돈 대부분은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한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돌려줘야 했던 계약보증금이다. 앞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은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우선협상자로 엔텍합을 선정하고 계약금을 받았으나, 최종 계약이 무산되면서 이 계약금은 채권단에 몰수됐고 이후 매각 주관사인 우리은행이 관리해왔다.
엔텍합을 소유한 이란 다야니 가문은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했고 2018년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는 다야니 가문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당시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탓에 계약금은 반환되지 못했다.
계약금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있던 우리은행은 지난 1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허가에 따라 계약금 송금이 가능해지자 뒤늦게 돈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