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GI이노베이션, 바이오 위축에 '유니콘' 꿈 연기

기술 특례 통한 코스닥 상장으로 ‘선회’
유니콘 특례시 '5000억 몸값 하한선' 영향
최근 바이오업계에 투자 심리 위축 반영


코스닥 ‘유니콘 특례 추진 2호’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신약 개발 업체 GI(지아이)이노베이션이 일반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최근 바이오 벤처 기업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공모가 하한선’이 걸려 있는 유니콘 특례 제도를 활용했다가는 IPO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I이노베이션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일반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지난 4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낼 때까지만 해도 ‘유니콘 특례’를 활용해 코스닥에 입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IPO 시장 상황이 바이오 업종은 특히 좋지 않다고 보고 일반 기술특례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IPO 과정에서 회사 몸값이 5000억 원 미만으로 책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유니콘 특례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5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기업이라면 전문 기술평가(기평) 기관 한 곳에서만 A등급 이상을 받아도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다.


평가 기관 두 곳으로부터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의 기술평가 결과를 받아와야 하는 일반 기술특례 상장 제도보단 기술평가 요건이 느슨하지만 반드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 기준 시총이 5000억 원을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GI이노베이션은 면역 항암제 ‘GI-101’ 등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인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중국 신약개발 업체인 심시어와 국내 제약사인 유한양행(000100)과 각각 2019년과 2021년에 9000억, 1조 4000억 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 SK(034730)·제넥신(095700)·유한양행 등으로부터 16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IB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6월 아주IB투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땐 6760억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GI이노베이션 측도 최근 주주들에게 “유니콘 상장 트랙의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 제약 조건을 제거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바이오 시장 위축 장기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상장 유연성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전달하기도 했다.


그나마 GI이노베이션은 두 곳의 평가 기관으로부터 각각 A·BBB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일반 기술특례 상장이 가능하긴 하다. 거래소도 최근 GI이노베이션에 “두 기관으로부터 적정 등급을 받았는데, 일반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 없냐”고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GI이노베이션이 상장 트랙을 바꾼 배경에는 바이오 부문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요인도 있다. 실제로 올해 코스닥 입성이 예상됐던 디앤디파마텍·이뮨메드·넥스트바이오메디컬 등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상장 예심 과정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거나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코스닥 회사 중 처음으로 ‘유니콘 특례’를 활용했던 바이오 벤처기업 보로노이(310210) 역시 ‘5000억 원 하한선’ 때문에 험난한 공모 과정을 거쳐야 했다. 보로노이는 지난 6월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최종 경쟁률 28.35 대 1을 나타내며 부진했다. 기관들의 저조한 참여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역시 ‘5000억 원 하한’의 ‘턱걸이’인 5055억 원 수준으로 결정했다.


한 벤처캐피털(VC) 대표는 “요즘 전체적인 시장 상황과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정 트랙(유니콘 특례)이 상장에 허들이 되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GI이노베이션이) 보지 않았나 싶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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