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판매로 금융당국에 적발된 보험사와 카드사간 보험 판매 수수료 소송에서 보험 계약이 취소됐을 경우 그 손해에 카드사 역시 일부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보험사가 B카드사를 상대로 낸 수수료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보험사는 2003년 B카드사와 보험을 위탁 판매하는 보험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B카드사는 텔레마케터를 통해 고객을 모집해 저축보험을 판매했오다 2014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불완전판매행위로 적발돼 기관경고 조치와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고객에게 보험이 아니라 은행의 적립식 저축 상품이라고 안내하거나 중도 해지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을 고지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이 문제로 A보험사 역시 기관주의 등 제재 처분을 받았고, 계약자들에게 보험료를 환급해줬다. 이에 A보험사는 B카드사에 지급한 저축보험 판매 관련 수수료 35억여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상 '보험 계약 조건 등의 변경, 무효, 효력 상실 또는 해지 등에 의해 A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급하는 경우 B카드사가 그 환급금 만큼의 돈을 A보험사에 즉시 줘야 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A보험사 손을 들어준 반면, 2심 재판부는 B카드사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대리점계약에서 정한 환수는 오로지 B카드사의 위험부담 또는 귀책사유가 인정될 때에 한해 가능하다고 해석한 판결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두 회사 간의 계약을 오로지 보험대리점의 귀책사유로 한정해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책임의 합리적 제한이 불가능함을 전제로 계약의 효력을 부정하거나 혹은 그 계약상 책임의 발생 요건 자체를 문언과 달리 축소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B카드사가 대리점 수수료의 반환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반드시 그 전액을 반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객에게 환급해 준 보험료에 대한 환수 청구에 B카드사는 A보험사에도 일부 과실이 있음을 주장해 감액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