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물드는 서울…'국가대표급' '글로벌 블루칩'과 만난다

■'키아프·프리즈 서울' 내달 2일 개막
삼청동 대형화랑. '국가대표급' 한국작가 포진
한남동 외국계화랑, '글로벌 블루칩' 전시 개막
40대 중진작가,30대 젊은작가 한국의 경쟁력
고려 식문화, 토기 손잡이잔…한국미술의 근간
삼청나이트,한남나이트…야간개장 이색 체험

뉴욕의 티나킴 갤러리,앤드류크렙스 갤러리, 보르톨라미 갤러리가 합동전시로 기획한 특별전 '누적효과'가 종로구 송원아트센터에서 30일 개막했다. /사진제공=송원아트센터

뉴욕 맨해튼의 갤러리들이 서울에 왔다.


뉴욕에서 22년간 활동하며 아트바젤·프리즈 등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계 티나킴갤러리가 주축이 됐고, 뉴욕 첼시에서 개관해 현재는 ‘맨해튼의 성수동’이라 비유할 수 있는 트라이베카로 옮겨간 앤드류 크렙스 갤러리와 보르톨라미 갤러리가 합심해 한국 미술계의 중심지 격인 종로구 삼청동에서 합동 전시를 열고 있다. 종로구 송원아트센터에서 30일 개막한 전시 ‘누적 효과’는 뉴욕의 독립 큐레이터 존 야우가 기획해 다니엘 뷔렌·가다 아메르·레베카 모리스·강서경·임민욱 등 12명의 작품을 선보였다. 뉴욕의 분위기가 느껴질 듯한 이 전시는 오는 9월 2일 개막하는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프리즈(Frieze) 서울’에 맞춰 기획됐다.


이른바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를 앞두고 서울의 강북과 강남이 일제히 예술행사로 들썩이는 중이다. 이들 전시는 국내 미술애호가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방한하는 해외 미술관 관계자와 컬렉터들을 겨냥하고 있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제”라 불리는 아트페어를 앞두고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가 될 만한 곳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도 작동할 전망이다.







한국 '단색화'의 막내급 작가이며 기하학적 추상의 중요한 작가인 이승조의 유작전이 9월 1일 국제갤러리에서 막 올린다.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삼청동 터줏대감인 대형 갤러리들은 해외 방문객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한국작가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국제갤러리는 1970년대 한국의 단색조 회화인 ‘단색화’ 막내 격으로, 기하학적 추상인 옵아트를 자신만의 언어로 바꾼 이승조(1941~1990)의 대규모 개인전을 1일 개막한다. 학고재갤러리는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를 그림에 품어낸 강요배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학고재는 프리즈가 ‘거장’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만든 ‘프리즈 마스터즈’에 참여해 이봉상·김보현(포 킴)·류경채·이상욱·하인두·이남규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역시나 프리즈 마스터즈에 초청돼 곽인식·이승택·박현기 등 ‘한국의 아방가르드’ 작가들을 집중 선보일 갤러리현대는 주목받고 있는 젊은 미술가 김아영의 개인전을 열고 한국미술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카셀도쿠멘타·베니스비엔날레·광주비엔날레 등에서 활약한 작가 듀오 문경원·전준호의 전시를 준비했다. 팔판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는 해외 미술계에서 더 유명한 김성환의 개인전을 연다.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열리는 케니 샤프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갤러리현대

북촌 뿐만 아니라 서촌도 꿈틀댄다. 갤러리시몬은 영국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작업중인 강임윤의 국내 첫 개인전을 기획했다. 건너편 아트사이드갤러리는 오병욱 전시가 한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청와대에 걸린 푸르게 반짝이는 바다 그림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한 작가다. 그 옆 아트스페이스3에서는 독립 큐레이터 이은주씨가 기획해 한국의 젊은 추상미술가 14명의 작품을 엄선한 ‘물질 구름’이 진행중이다. 저력 있는 현대미술의 배경이 궁금하다면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기획한 고려 식(食)문화 기획전, 현대화랑이 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 소장품으로 꾸민 삼국시대 손잡이잔(mug) 특별전을 추천할 만하다.



아드리안 게니의 신작 목탄 드로잉인 '붓을 쥔 자화상' /사진제공=페이스 갤러리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도 달아올랐다. 일찌감치 지난 2017년 서울에 진출한 페이스갤러리는 디지털 기반의 설치작업으로 인기 많은 팀랩(Teamlab)과 글로벌 ‘블루칩’으로 유명한 아드리안 게니의 국내 첫 개인전을 9월 2일 나란히 개막한다. 기괴한 그림으로 유명한 게니의 목탄 드로잉을 만날 수 있다. 그는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기획해 청담동 분더샵에서 열리는 프란시스 베이컨과의 2인전에도 함께 한다. 인근에 위치한 갤러리 리만머핀은 추상화가 맥아더 비니언의 전시를 개막한다.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은 현재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가장 주목받는 특별전의 주인공이자 세계적 거장인 안젤름 키퍼 개인전 야심차게 기획했다. 프랑스계 페로탱은 지난 27일 외국화랑 최초로 삼청점에 이어 도산공원 2호점을 개관해 엠마 웹스터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독일계 갤러리 에스더 쉬퍼는 이태원동에 서울지점을 새로 개관하고 우고 론디노네, 라이언 갠더 등 갤러리 특색을 보여줄 작가들로 개관전을 꾸렸다. 부상하는 신진작가를 일찌감치 발굴해 키워내는 독일계 쾨닉갤러리의 청담동 전시장에서는 마티아스 바이셔의 개인전이 한창이다.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장충동 신라호텔 내 서울 갤러리를 운영 중인 페레스 프로젝트는 초현실주의적 화풍의 레베카 애크로이드의 개인전을 막 올렸다.


갤러리현대는 강북과 차별화 한 강남 전시장에서 바스키아·키스 해링과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낸 케니 샤프의 전시를 연다. 가나아트 보광동점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출신의 시각예술가 로비 드위 안토노의 전시를 개막했다. 가나아트 나인원은 원로 추상화가 박영남, 갤러리바톤은 원로 아방가르드 작가 송번수의 신작, 가나아트 나인원 P21은 주목받는 젊은 조각가 최하늘 개인전으로 맞불을 놓는다. 역삼동의 갤러리 두남재는 ‘허리급’으로 불리는 40대 작가의 그룹전을 통해 한국미술의 경쟁력 강조할 계획이다.



한국 아방가르드의 주요 작가 중 하나인 송번수의 신작 'Possibility 022-II' /사진제공=갤러리바톤

한편 프리즈는 이들 갤러리를 지역별로 묶어 파격적 야간 개장 행사인 ‘삼청나이트’와 ‘한남나이트’를 기획했다. 9월 1일에는 한남동 갤러리 바톤·리만 머핀·타데우스 로팍·페이스·휘슬· P21·VSF의 ‘한남나이트’와 갤러리 현대·마시모 데 카를로·펫츨·커먼웰스앤카운슬이 연합한 이태원에서의 ‘1차 파티’가 열린다. 2일 ‘삼청나이트’에는 갤러리 현대·국제·원앤제이·학고재·페로탕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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