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30일 의원총회에서 4시간여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2차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인했다. 당내 중진 의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권성동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사태 수습 뒤 거취를 재논의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추석 전 비대위 발족’은 추진력을 얻었지만 비대위 재추진과 권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반발은 여전히 당내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만약 새 비대위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되기라도 하면 당은 또다시 걷잡을 수 없을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수·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 개정안이 추인됐다”며 “추석 전까지 비대위를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비공개 회의에서 갑론을박이 오갔던 권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권 원내대표가 사태 수습 이후에 본인의 거취를 표명한다고 했는데 이를 존중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수습을 다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개정안은 비대위 전환 요건을 규정한 ‘당헌 96조 1항’을 구체화해 법적 시비를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 비상 상황 규정에 대해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에서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 궐위 △당 대표 궐위 △최고위에서 전원 찬성한 경우로 수정했다. 이 중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 궐위’가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한 선출직 최고위원이 사퇴한 현 상황에 해당된다. 유상범 법률지원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어느 시점에 동시에 4명이 그만두면 최고위 체제가 불신받는 상황”이라며 “그런 경우 비대위로 가는 것이 맞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같은 결론을 얻기까지 진통이 적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당내 이견을 의식한 듯 모두발언에서 “의총 결의가 곧바로 부정당하면 지금의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당헌·당규 수정 논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곧바로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며 최고위 체제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이 터져나왔다.
의총 자유 토론 1번 타자로 나선 안철수 의원은 “새 비대위를 만드는 것 자체는 법원에 (당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다. 굉장히 불확실하고 위험이 많다”면서 “새 사람이 다시 개혁하는 것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에 적합하다”며 권 원내대표에게 퇴진을 요구했다. 당내 최다선(5선)인 조경태 의원은 “자유 토론에서 반반 정도 치열한 공방이 있다는 것 자체가 (권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이라며 “원인 제공자가 (차기) 비대위원장을 정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 반복은 절대 안 된다”고 반발했다. 최재형 의원은 유 법률지원단장에게 “당헌을 개정한다 해도 비대위 재구성은 법원에서 추가 제동이 걸릴 위험이 크다”는 취지의 우려를 전달했다.
다만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권 원내대표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것을 전하며 “후임 원내대표를 정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면서 권 원내대표를 신임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고 한다. 뒤이어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권 원내대표를 믿어주자고 쐐기를 박으면서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기로 총의가 모였다.
권 원내대표 주도로 새 비대위를 출범한다는 수습 방안은 확고해졌지만 반대파들이 이대로 의총의 결론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향후 이 전 대표가 2차 비대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경우 그 결과에 따라 내홍은 극심해질 수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직접 반대는 안 하더라도 법원의 판결에 반대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게 의원들의 속내”라며 “당헌 개정에 동의했다면 5분 안에 토론이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씨가 살아 있는 것을 고려해 초·재선 의원 모임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며 입단속에 나섰다. 재선 의원들은 의총 직후 성명서를 내고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드는 언행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상임전국위 소집에 부정적인 서병수 전국위 의장을 향해 “소집요구서가 접수되면 당헌에 따라 상임전국위를 즉시 소집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당헌·당규 개정의 필수 관문인 상임전국위 개최의 키를 쥔 서 의장의 설득은 지도부의 과제로 남았다. 서 의장은 의총 뒤 구체적 당헌 개정 요구 사항을 보고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당 법률자문위원회나 기획조정국에서 서 의장을 만나 상황을 설명드리고 위원회를 일단 열어줄 것을 부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