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겨울 10년 간다” EU ‘가스 가격 상한제’ 추진

◆유럽 '에너지 공포' 최고조
쉘 CEO "가스부족 장기화 가능"
러시아는 佛에도 가스공급 축소
시장침체 우려에 유로화 순매도세
EU, 이르면 이주 시장개혁안 공개

러시아에서 독일을 거쳐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보내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대거 줄인 최악의 상황에 겨울을 앞둔 유럽에서 에너지 부족에 대한 ‘공포’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유럽 정재계는 ‘앞으로 길게는 10년 동안 에너지 부족으로 끔찍한 겨울을 맞을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내놓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은 다음 달 유럽연합(EU) 에너지위원회 특별회의를 예고하고 천연가스가격상한제를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유럽 에너지 위기가 올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티너 판데르스트라에턴 벨기에 에너지장관은 이날 “EU가 가스 가격에 상한선을 신속히 설정하지 않는다면 향후 5~10년간 유럽의 겨울은 끔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글로벌 정유 기업인 셸의 벤 판뵈르던 최고경영자(CEO)도 “유럽의 가스 부족이 수년간에 걸친 겨울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에너지무기화’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므로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는 30일 “가스프롬이 계약에 관한 의견 불일치로 이날부터 가스 공급을 줄이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이 엔지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물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축소돼왔다.


에너지 부족으로 유럽 국가들이 결국 ‘에너지배급제’를 시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날도 이어졌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경제인연합회(Medef) 총회에서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올겨울 배급제를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배급제를 시행한다면 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기업이 할당된 전력을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을 포함한 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에너지 부족에 대비한 유럽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당초 목표치에 근접한 상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7일 기준 EU 가스 비축률은 79.4%로 11월 1일까지 비축률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당초 계획을 두 달 앞당겨 조기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유럽이 언제든 가스 부족 사태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고음은 날로 커지고 있다. 당장 유럽 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26일 1㎿h당 339유로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급등했던 가격은 이날 273유로로 일단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유로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6일부터 1주일 동안 외환시장에서 이뤄진 유로화 순매도는 4만 4100계약으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의 8만6700계약 이후 가장 큰 규모다. FT는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유럽 시장을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큰손’들이 유로화를 팔아 치우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설했다.


이처럼 불안감이 고조되자 EU는 다음 달 9일 순회의장국인 체코에서 에너지위 특별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천연가스가격상한제, 에너지 시장 구조 개혁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29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천연가스가 전기 가격을 지배하고 있다”며 “가스 가격과 전기 가격 간 탈동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의 전기 가격은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발전보다 천연가스 가격을 반영하는 구조인데 앞으로 가스 가격과의 연동성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의 연동성은 높이는 식의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긴급조치 패키지가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며 “긴급한 시장 개입과 장기적인 에너지 시장 개혁이 내용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해당 조치가 이르면 이번 주에 발표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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