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잭슨 홀 미팅 충격파가 지속하면서 또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12% 빠진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10%, 0.96% 내렸는데요. S&P는 7월 이후 처음으로 4000선이 무너졌고 이번 여름 랠리 상승폭도 절반 수준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이날 한때 연 3.14%까지 오르면서 전반적으로 기술주들이 맥을 못췄는데요. 알파벳(-0.48%)와 마이크로소프트(-0.85%), 애플(-1.53%)이 모두 빠졌고 테슬라도 2.50% 떨어졌죠. 비트코인 가격도 개당 2만 달러 선이 깨졌는데요.
2년 만기 국채금리가 3.466%까지 치솟아 1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인 증시 약세 속에서도 어닝이 예상보다 좋았던 베스트 바이는 1.68% 올랐는데요.
이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부풀려진 시장의 기대와 반대되는 내용이었는데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관한 힌트가 몇 개 나왔습니다. 시장의 낙폭이 커진 것도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 영향이 큰데요. 오늘은 윌리엄스 총재의 주요 발언과 증시 전망, 채권금리 동향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날 있었던 윌리엄스 총재 발언의 주요 내용은 아래 7가지입니다.
① “실질 정책금리 제로 넘어야. 0.5%p 정도 필요. 명목기준금리 3.5% 살짝 넘어야”→해석: 기준금리 최소 3.5%까지 올릴 것. 실질 정책금리(명목금리-물가)가 플러스 중요
② “내년 인플레 2.5~3% 사이 된다는 것이 합리적”→해석: 내년 인플레 2.5~3%로 떨어질 가능성 있어 0.5%p 추가하면 3.5%(명목기준금리) 숫자 나옴
③ “금리 내년까지 올린 뒤 제한적 수준으로 한동안 유지. 금리 내려가려면 시간 걸려. 짧게 하고 방향 바꿀 일 아냐”→해석: 사실상 내년 금리인하 없음을 지도부 차원서 확인
④ “9월 금리인상 전망 등 데이터의 총합(totality)에 달려”→해석: 향후 금리인상 폭은 완벽히 데이터에 달려 있어. 인상폭과 최종수준 모두 데이터가 핵심
⑤ “인플레 정책목표(2%)까지 낮추는 데 몇 년 걸려. 하지만 우리는 해낼 것”→해석: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 수년 간 지속 가능
⑥ “실질금리와 중립금리가 바뀌기 때문에 정책이 바뀔 때가 올 것”→해석: 경제상황이 바뀌면 통화정책 방향도 바뀔 수 있어
⑦ "QT 조기중단 우려에 동의 안 해. 대차대조표 조정 매우 잘 되고 있어”→해석: 2019년처럼 조기종료할 일 없음. 긴축 지속
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실질 정책금리가 플러스가 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것 자체가 목표이자 모든 일이 끝나는 지점은 아니며 이 정도쯤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기 때문이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정책금리가 플러스가 될 때까지 금리를 높여야 한다고 한 건데요. 그러면서 +0.5%포인트(p)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던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의 크로스 지점이 중요하다고 한 것과 정확히 같은 대목인데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만 놓고 보면 8.5% 물가상승에 기준금리가 2.5% 정도이므로 -6%가 되지요. 윌리엄스 총재는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2.5~3%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고 0.5%p 정도의 룸이 필요하다고 한 걸 고려하면 3~3.5%나 그 안팎이 되면 금리인상이 끝날 수 있지 않느냐 이런 생각이 가능합니다. 그 역시 “3.5%를 약간 넘어야(a little bit of somewhat above that) 할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실질 정책금리 플러스 요인이 금리전망에 있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는 겁니다. 알아둘 필요가 있죠.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명목 중립금리에서 물가를 뺀 실질 중립금리가 소폭의 플러스를 기록해야 한다는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컨센서스”라며 “연준은 이를 0.5%p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소 복잡하지만 ‘실질 중립금리=명목 중립금리-물가’이고 계산식을 바꾸면 ‘명목 중립금리=실질 중립금리+물가’가 되지요.
핵심은 내년에 금리인하가 없음을 사실상 못박았다는 점입니다. 뉴욕 연은 총재는 의장, 부의장과 함께 지도부로 불립니다. 마켓워치는 윌리엄스를 파월의 ‘가까운 동맹(a close ally)’라고 칭했는데요. 그만큼 속내를 잘 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제한적 수준으로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거나 “금리 내려가려면 시간 걸리고, 바로 바꿀 일이 아니”라고 한 것들이 시장을 추가로 낙담시켰다고 볼 수 있을 듯한데요. 이런 것들이 모여 이날 증시하락의 한 원인이 됐을 겁니다.
다른 지역 연은 총재들도 강경 발언을 이어갔는데요. 리처드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2% 타깃으로 되돌리기 위해 헌신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기(2%)에 도달할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타깃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인플레이션이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9월에 얼마를 올리는 게 좋을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인플레와의 싸움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는데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홈페이지에 “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하는 의무는 흔들릴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죠.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 중 또 하나 봐야 할 게 ‘데이터’입니다. 윌리엄스 총재는 향후 금리나 정책에 관한 질문에 “데이터의 총합에 달려있다”는 말을 수차례 했지요. 이는 그동안의 데이터 정책을 재확인하는 것이지만 수치에 따라서는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지거나 멈출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 윌리엄스 총재는 “실질금리와 중립금리가 바뀌기 때문에 정책이 바뀌는 때가 올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는데요. 보스틱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명백히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게 나타나면 그것은 0.75%p의 금리인상을 되돌릴 이유를 준다”고 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40분 현재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p 인상 확률이 74.5%, 0.5%p는 25.5%입니다.
다만, 인플레가 일부 진전이 있더라도 갈 길이 먼데요. 헤드라인 수치는 내려가겠지만 근원 숫자는 상대적으로 높고 끈적끈적할 수 있습니다. 윌리엄스 총재조차 “인플레이션이 목표치까지 가려면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시인했는데요.
노동시장도 아직 강합니다. 미국의 7월 구인건수가 1120만 건으로 전달보다 되레 20만 건 늘었는데요. 고용건수는 640만 건으로 전달보다 10만 건 줄었지만 퇴직자 수(420만 명) 10만 명 감소했습니다. 일자리 사이트 집리쿠르터(ZipRecruiter)에 따르면 이달 중순에도 일자리는 약 1000만 개가 있다고 하는데요.
다음달 2일에 나올 고용보고서의 경우 평균 30~32만 안팎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좀더 자세히 보면 이날 기준으로 최대치는 45만2000개, 최저치는 7만5000 정도됩니다. 편차가 큰 편인데요. JP모건(31만)과 무디스 애널리틱스(26.5만), 골드만삭스(35만) 등 주요 기관들이 30만 개 안팎을 점치고 있습니다. 실업률 전망치는 평균 3.5%인데 3.4%로 더 떨어지거나 올라가야 3.6%죠. 향후 인플레이션에 중요한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 대비 5.3% 상승으로 전월(5.2%)보다 더 올라가는 거로 나옵니다.
반면 주택시장은 둔화하고 있는데요. 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를 보면 6월 집값이 전년 보다 18% 올라 5월(19.9%)보다는 인상폭이 낮아졌습니다. 여전히 절대 상승폭이 크지만 둔화의 기미가 나타나는 건데요. 골드만삭스는 “주택판매가 더 감소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 경우 결국 경기침체 논의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둔화 기미가 보이는 와중에 강한 노동시장은 추가 긴축을 불가피하게 만들죠. UBS는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60%로 책정했는데요. 자산운용사 원(On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코조 코이데는 “연준은 공개적으로는 말 못하겠지만 임금상승률이 너무 높아 실업률을 높이고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서는 물가를 2% 주변에서 안정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적정 수준에서 실업률을 높이거나, 노동력 공급이 늘어나 경기가 둔화하면서도 침몰하지 않는 최선의 결과(연착륙)를 얻어낼 수 있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데요. 찰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는 “연착륙보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습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기간 동안에 노동시장을 나가있던 이들이 복귀하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 연착륙이 가능할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노동공급 증가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당분간은 금리인상 모드인데요.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지속하면서 채권금리가 오르고 가격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의 글로벌 채권종합지수를 보면 지난해 1월의 직전 최고치보다 약 19.2% 하락했는데요. 베어마켓의 기준인 마이너스 20%에 근접하고 있죠. 캅스트림 캐피털의 파우린 크리스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월의 잭슨 홀 발언이 시장의 기대를 재설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나온 독일의 8월 CPI가 전년 대비 8.8% 급등했는데요.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4분기에 10%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영국의 인플레가 22%를 찍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이는 씨티 전망(18%)보다도 더 높습니다. 31일에는 유로존 CPI가 나올 예정인데요. 높은 물가는 금리상승을 부채질하겠죠.
증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합니다. JP모건은 “고용데이터에서 증시 상승의 신호를 본다”고 했지만 스테파니 랑 홈리치 버그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깨지기 쉬우며 지난 금요일의 매파적 발언은 연준이 피봇을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시장에 계속해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봤는데요.
씨티는 반도체 분야에 상당히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씨티는 경기침체와 재고를 언급하면서 “반도체가 10년 만에 최악의 침체로 접어들고 있다”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새 저점을 찍으면서 25%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날 마이크론테크놀로지(-1.25%)와 엔비디아(-2.11%)를 포함해 퀄컴(-1.95%), 인텔(-2.06%)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약세를 보였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1.31% 빠졌죠.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2009년 이후 가장 낮다는 말도 있는데요.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무위험인 국채 대신 주식을 보유했을 때 생기는 추가 수익률을 뜻합니다. 사미어 사마나 웰스 파고 투자연구소 선임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2009년 이후 거의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증시는 현재 10년 국채와 비교할 때 너무 비싸다”고 했지요.
증시 입장에서는 금리를 올려도 문제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그것이 과해 침체로 이어져도 타격을 받게 됩니다. 금리인하에 따른 덕을 볼 수도 있겠지만 경기침체의 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는데요.
이와 별도로 우크라이나가 남부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유럽연합(EU) 비자금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안별로 EU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데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우려가 줄면서 전날보다 5.37달러(5.5%) 급락한 배럴당 91.64달러에 거래됐지만 언제든 다시 꿈틀댈 수 있죠.
한동안 변동성이 지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크리스틴 비털리 씨티 글로벌 웰스 자산운용 북미투자 헤드는 “지금 시장은 인내심을 요구한다”며 “매일매일의 변화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마라”고 했는데요. 큰 그림을 보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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