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과 수입의 교역조건을 나타내는 지표가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역대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이 더 크게 뛰어오른 결과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7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금액지수(182.55)는 1년 전보다 22.7% 뛰어오르며 2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6월(20.4%)보다도 상승 폭이 확대된 수치다.
품목별로는 광산품(70.7%)과 농림수산품(24.2%)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공산품 중에서는 화학제품(19.7%)과 전기장비(18.8%), 섬유 및 가죽제품(17.1%),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14.3%)의 상승 폭이 컸다. 수입물량지수는 1년 전보다 4.0% 오르며 6월(-1.2%)에서 상승 전환했다.
7월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1% 올라 21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품목별로는 석탄 및 석유제품(83.8%), 운송장비(17.1%)가 증가한 반면 섬유 및 가죽제품(-9.5%), 전기장비(-5.1%),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2.6%) 등은 감소했다. 수출물량지수도 3.4% 올라 6월(-2.5%)에서 상승 전환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82.55)는 수입가격(18.0%)이 수출가격(4.6%)보다 더 크게 올라 1년 전보다 11.4% 내렸다. 지수 자체로는 통계 작성 이래 23년 만에 최저치다. 전년 동월 대비 하락 폭도 2011년 8월(-12.5%) 이후 가장 컸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지수가 낮아질수록 교역조건이 나빠진다는 뜻이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실질소득이 줄고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7월 유가 하락에도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데 대해 “수출입에는 통관 시차가 있기 때문에 순상품교역조건지수를 작성할 때 4∼6월 물가지수 등도 반영된다”며 “7월 유가 하락 폭은 8월에 본격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7월 유가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여전히 크게 상승한 상황”이라며 “8월에도 지수 하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전체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 소득교역조건지수(103.16)는 8.4% 하락했다. 수출물량지수가 올랐지만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