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 주 52시간제 근무제를 훼손하는 방향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노동계 우려처럼 노동개혁이 장시간 근로를 불러오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근로시간과 임금, 노동시장 이중구조 방안이 담길 노동개혁 방향은 이르면 10월 윤곽이 드러난다.
이 장관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질문에 "주 52시간제의 유연화라기 보다 다양화라고 볼 수 있다"며 "주 52시간제 틀을 유지하면서 실제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시간 노동이 없을 것을 장담한다"고 강한 어조로 답하기도 했다.
정부의 노동개혁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0월까지 노동개혁 과제를 마련하고 이 과제 중 개혁 과제를 정부가 선정해 추진하는 방식이다. 연구회는 직무급제 도입, 주 52시간제 유연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방안 등 노동 분야 전반에 대해 과제를 논의 중이다. 그런데 고용부가 주 단위 연장근로를 월 단위로 고치는 방식의 주 52시간제 개편을 개혁 과제 예로 들면서 노동개혁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월 단위로 고치면 특정 주에서 산술적으로 근로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연구회에서는 노사의 건강권 보호, 시간주권 확립, 다양성 존중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고용부가 준비 중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의 기획재정부 ‘월권 논란’에 대해 "중대재해법에 대한 노사, 부처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있지만, 고용부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시행령은 본법에서 위임한 입법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재부가 발주한 중대재해법 연구용역 자료가 고용부에 전달된 사실이 알려졌다. 노동계는 경영계가 원하는 방향의 중대재해법 완화를 위해 기재부가 나섰다고 비판한다. 이 장관은 이날 시행령의 위임 근거를 언급하면서 경영책임자 규정 등 경영계가 요구하는대로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시행령 조문 등을 명확하게 해 현장 혼란을 줄이겠다는 원칙도 재차 밝혔다. 이 장관은 "고용부의 우선 정책추진과제는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것"이라며 "10월까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 이후 사회적 논란이 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대책이 조만간 발표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파업은 기업 규모, 원하청 관계, 근로자 신분 등 차이에 따른 양극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중구조는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이 장관은 전일 조선업 원하청을 만나 공정거래, 숙련도에 따른 임금, 인력 대책 등을 논의하고 원하청 상생협의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장관은 조선업 이중구조 해소 대책이 다른 산업으로 확대 적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장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의 지향점은 상식"이라며 "노사 주체가 법을 잘 지키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이해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 완화와 관련해 중대재해 대책은 예외란 점도 분명히 했다. 같은 맥락으로 중대재해법은 경제형벌 논의체계에서도 빠져있다. 이 장관은 "규제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제기가 있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부분은 (규제가 아니란 점이) 확고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