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때마다 요구불예금 급감…유동자금, 정기예적금으로 몰린다

4대銀 요구불예금 잔액 530조
올초보다 27조 가량 줄어들어
은행들 수신금리 앞다퉈 인상에
정기예금 잔액 한달새 10조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요구불예금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분을 수신 상품에 즉시 반영해 연 4%의 고금리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정기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굳이 대기성 자금 성격의 요구불예금에 넣어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초(1월 3일) 557조 4950억 원이던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날 기준 530조 3644억 원까지 떨어졌다. 8개월 새 27조 1306억 원이나 줄어든 셈이다. 특이한 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요구불예금이 빠르게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한은은 7월 13일과 8월 25일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가장 최근인 25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올리자 은행들은 즉각 수신 상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까지 인상했다. 그 결과 25일 536조 3850억 원이던 4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6일 534조 6055억 원을 기록해 하루 새 1조 7795억 원이 빠져나갔다. 은행별로 편차가 심했는데 4대 은행 중 한 은행은 하루 만에 1조 6631억 원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유동자금이 요구불예금 대신 정기 예적금으로 움직였다고 보고 있다. 올 1월 말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23조 3802억 원이었다. 한은의 ‘7월 기준금리 빅스텝’ 이후 7월 말 잔액은 551조 5329억 원을 기록해 7개월 새 28조 1527억 원 불어났다. 30일 기준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61조 6739억 원으로 7월 잔액보다 한 달 새 10조 원 넘게 시중자금이 몰렸다. 반면 유동자금이 주로 몰렸던 주식시장은 찬바람이 불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1월 71조 7327억 5200만 원에서 30일 기준 54조 1642억 1400만 원으로 약 17조 원 빠졌다. 3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약 한 달 전인 7월 29일(54조 2590억 3900만 원)보다 9487억 원가량 줄었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은행들의 수신 자금 금리까지 반영되는 데는 약 일주일이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당일이나 늦어도 다음 날 예적금 금리 조정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유동자금 움직임도 그만큼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공시가 본격화하면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를 줄여보려는 은행들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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