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8월 한달 '3조 매도폭탄'…반도체 투톱만 1.6조

기관 올 매도액 총 10조 넘어
外人은 지난달 3.6조 순매수
리밸런싱으로 7000억 사들여



기관투자가들이 8월 한 달 동안 3조 원에 가까운 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은 한 달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투톱’만 1조 6270억 원을 팔아치우며 집중 매도했다. 기관의 매도 금액은 올해 총 10조 원을 넘어섰다. 고환율에도 국내 증시를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투자가와 정반대의 행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기관투자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조 9180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은 이달 총 3703억 원을 팔았다. 반면 외국인들은 고환율에도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총 3조 6500억 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이날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종목 교체(리밸런싱)가 이뤄지면서 7000억 원 넘는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대형주 위주로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기관은 이달 삼성전자만 1조 2000억 원 넘게 순매도했다. 카카오뱅크(4292억 원), SK하이닉스(4133억 원), 네이버(1785억 원) 등에도 1000억 원 넘는 매도세가 집중됐다. 대형주에 대한 연기금의 매도세도 매서웠다. 연기금은 8월 한 달 동안 삼성전자를 5943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2719억 원), 네이버(533억 원) 등에도 매도세가 집중됐다.


기관투자가들은 올 한 해 내내 매도 폭을 키워가면서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 기관은 올해 총 10조 7873억 원을 순매도했으며 연기금 역시 1조 1487억 원 넘는 매도세를 나타냈다. 특히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매도세가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은 올해 삼성전자를 8조 원, SK하이닉스를 2조 3000억 원 순매도 중이다. 연기금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5411억 원, 2702억 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의 비중을 줄여가는 추세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하락장에서 주가의 움직임이 박스권에 갇힌 반도체·IT 등 국내 주요 종목에서 손을 털면서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해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역시 국내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27년에는 포트폴리오 내 40%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은 코스피가 하락하면 적극적으로 매수하면서 증시 하방을 떠받쳤지만 해외투자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국내 주식의 무게를 줄여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서 수십 조 원의 손실을 보면서 연기금의 해외투자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남은 하반기 동안 매수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국민연금이 29일 공시한 상반기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은 -12.59%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인들은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나들자 일시적으로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31일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7453억 원을 사들이며 8월 한 달간 3조 6501억 원어치의 주식을 쓸어 담았다.


아울러 주로 매도 물량을 쏟아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그간 보여온 순매도세가 누그러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반도체 수요 불확실성에도 추가 공급이 제한돼 수급이 개선되면서 이번 반도체 주가 하락 사이클이 길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며 “추가 주문이 줄면서 올해 하반기 재고를 어느 정도 소진할 것이고 이러한 점이 눈에 보이면 속도에 관계없이 호재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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