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인터넷은행 등 모바일로 금융을 이용하는 5060세대가 늘고 있다. 금융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장·노년층의 유입도 증가한 모습이다.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고령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은 물론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핀테크 및 인터넷은행 이용자의 20~30%는 50대 이상의 ‘시니어’ 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뱅크·페이, 대출 비교 플랫폼 등이 통합된 토스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중 50대 이상 비중이 2020년 말 23%에서 8월 말 기준 28%로 5%포인트 늘어났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50대 이상 이용자 비중도 14%에서 18.7%로 증가했다. 7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50대 이상 이용자 비중도 19%를 넘어섰다. ‘MZ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와 빅테크에 5060 시니어 세대들이 빠르게 적응하며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오픈 초기에는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고 혁신 서비스 수용에 적극적인 젊은층을 중심으로 고객군이 형성됐으나 이후 상품이나 서비스의 효용, 안정성 등이 입증되며 전 연령층, 특히 50대 이상으로 고객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층은 기존 금융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을 보인다.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이용자 중 50대 이상 비중은 상품 출시 1년 뒤인 2019년 12월 8.5%에서 올해 4월 14.1%까지 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고교동창회 등은 물론 등산·낚시·골프 동호회와 가족들끼리도 모임통장을 개설해 활용한다. 지난해 7월 카카오뱅크에서 출시된 휴면예금찾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가입한 신규 고객의 10%는 60세가 넘은 고령층이기도 했다.
인터넷은행뿐 아니라 핀테크 앱에 대한 시니어층의 접근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50대 이상 이용자 비중은 2020년 말 21%에서 8월 말 35%로 14%포인트나 늘었다. 핀다 이용자 3명 중 1명은 장·노년층인 셈이다. 세금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 이용자 중 50대 이상 비중은 같은 기간 2.3%에서 9.3%로 4배나 급증했다.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의 관계자는 “고령층을 위한 사용자경험(UX) 디자인을 도입한 효과로 보인다”며 “추후 중장년층이 앱을 이용하면서 어려워하는 부분을 좀 더 세심히 찾기 위해 중장년층 전용 전화 창구를 개설하고 특화된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생활에 서비스뿐 아니라 투자는 이미 모바일이 시니어층에도 대세다.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사 ‘콴텍’에 따르면 올해 4월 인공지능(AI) 투자 서비스 출시 이후 50대 이상 이용자 비중은 30일 기준 47%에 달했다. 재작년 말 19% 수준이었던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의 시니어 이용자 비중도 8월 말 22%로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시니어 사용자 증가세에 발맞춰 핀테크사들의 기술과 디자인도 고령층에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위원회 산하 비영리법인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교육을 할 때 보면 나이가 드신 분들은 은행 앱을 사용할 때 메뉴가 너무 많고 복잡해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글씨를 키우거나 메뉴를 직관적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29일 빅테크·핀테크 업계 간담회 자리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는 곳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며 “금융 당국도 ‘시니어 앱 구성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