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전력망 비상사태 선포…화재·가뭄에 정전 위험↑

“다음주 중 5년래 최대 전력사용량 기록할 것”…생산량 앞지른 수요
주민들에게 전력 절약 요청…같은 날 마지막 원전 수명 놓고 투표도

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극심한 폭염으로 급등한 전력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31일(현지 시간) 주 전역에 전력망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2020년과 마찬가지로 지역 내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캘리포니아 전력 규제당국(CAISO)이 사용 가능한 모든 전력원을 검토한 뒤 전력비상 1단계를 발동했다”면서 “이는 주 당국이 전력 부족을 예상하고 있다는 경고”라고 보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대자연이 우리를 앞질렀다는 것은 꽤 분명하다. 우리가 극심한 더위와 가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일시적으로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들이 비상용 백업 발전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조치도 시행될 예정이다.


CAISO는 또 기온이 38도 이상 치솟아 냉방 수요가 높을 전망인 31일부터 1일까지 이틀간 주민들에게 전력을 절약할 것을 당부했다. 이후 전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5~6일에는 그 규모가 48기가와트(GW)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이는 201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이번 비상사태는 최근 몇 년간 천연가스 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해온 캘리포니아에서 가뭄으로 인해 수력 발전량이 타격을 입은 여파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12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강과 저수지의 높이가 위험한 수준까지 낮아졌다”면서 “이는 수력발전에 10% 가까이 전력 공급을 맡겨온 캘리포니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캘리포니아는 냉방 수요가 급증했던 2020년 여름에도 전력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자 순환정전을 실시했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지역 별로 돌아가며 전력 공급을 일시 중단한 결과 주민들은 몇 시간씩 전기와 냉방 없이 생활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에 블룸버그는 현 상황이 “2020년 여름 이후 캘리포니아 전력망이 직면한 가장 큰 시험대”라고 평가했다.


한편 전력 수급에 빨간 불이 켜지며 폐쇄 예정이던 디아블로 캐니언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연한이 연장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해당 원전은 캘리포니아의 마지막 남은 원전이자 주 전력의 9% 가량을 공급해온 시설이다. 주 정부의 적극적인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25년 말에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산불과 가뭄 등의 여파로 전력 공급망에 차질을 빚자 지난달 뉴섬 주지사가 직접 원전 수명을 5년 늘릴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이날 원전 가동 연한 승인 여부를 놓고 주 의회 투표를 진행했으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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