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전 화답한 강석훈에 산은 '부글부글'

산은 노조 "직원 400여명, 집무실 앞 항의"

산업은행 직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회장 집무실 앞에서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 제공=산업은행 노동조합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산업은행의 신속한 부산 이전 추진’을 주문하고 이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화답한 것을 두고 산업은행 내부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산은 노동조합이 산은 회장실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연 가운데 노사 갈등도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1일 정치권과 산은 노조 등에 따르면 산은 직원 400여 명이 이날 오전 강 회장의 집무실 앞을 점검하고 집회를 벌였다. 산은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무역금융 규모 확대, 유망 신산업 지원은 모두 정책금융, 특히 산은이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다”며 “서울에 집중돼 있는 금융시장으로부터 떨어져, 거래기업 69%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쫓겨나 부산에서 어떻게 이런 사업을 추진하라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산은 노조는 “산은의 지방 이전으로 거래 기업이나 도움이 필요한 중소기업, 벤처기업들이 제때 필요한 금융지원을 받지 못해 파산하거나 심지어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며 “국회가 산은법을 고치지 않고는 본점을 이전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까지 모르는 척 지시하는 대통령과 신속한 지시 이행을 약속한 회장의 모습에 실망을 넘어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산은 노조가 목소리를 높인 데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부산을 방문하면서다. 윤 대통령이 경남 창원 진해구에 있는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 강 회장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도시, 무역도시, 첨단 기술산업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며 “(산은 회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을 조속하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강 회장은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은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강 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당초 예정된 이사회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직원들은 부산 이전 논란으로 직원들의 퇴사 행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강 회장의 이같은 행보가 직원들의 불만을 더 높인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상반기에만 직원 70여명이 퇴사해 은행연합회, 증권사 등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산업은행의 한 직원은 “국가적으로도 산은의 부산 이전이 득이 될 게 없다"며 “정치적 논리에 따라 산은이 흔들리는 데 무력감을 많이 느낀다는 직원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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