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공공의 소명 다할 때 韓도 프리츠커상 나온다"

'건축사 역할·윤리 강조'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
지난달 '협회 의무가입' 시행 후
업계 사회적 책임 수행 기대 커져
K건축 계승·발전 필요성도 강조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이 1일 제주 ICC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건축사대회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건축사협회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한국에서는 한 번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건축사가 사회현상에 적극적으로 해답을 제시해 공공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건축계의 공정하고 정당한 평가와 심사가 이뤄질 때 프리츠커상은 우리 앞에 와 있게 될 것이며 대한민국 건축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것입니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은 1일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한 건축사에게 주어진다는 프리츠커상을 일본은 이미 여덟 차례나 수상했고 인도·중국, 심지어 올해는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라는 생소한 나라도 받았는데도 우리나라는 아직 수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동시대 건축사로서 ‘우리의 시대적 사명은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서울경제DB

이날 제주 ICC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건축 문화 축제 ‘2022 대한민국건축사대회’에 참석한 그는 개회사를 통해 건축사의 사명과 윤리 의식을 강조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 발전과 건축 기술의 향상, 미래 건축에 대해 연구·지원하는 법정 단체다. 1만 3000여 명의 회원과 17개 시도 건축사회, 135개 지역 건축사회로 구성됐다. 석 회장은 협회 55년 역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해 지난해 3월 제33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달 4일 시행된 건축사법 개정안에 따른 협회 의무가입제도 도입을 기념해 공인으로서의 사명·의지를 공고히 다지고 윤리 의식을 고취하는 ‘윤리강령 선포식’이 진행됐다. 지난달 시행된 새 건축사법에 따라 최초로 개업하는 건축사는 개설 후 15일 이내에, 기존 개업 건축사는 내년 8월 3일까지 대한건축사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석 회장은 “이번 의무 가입 개정은 다양한 공공적 가치를 건축에 반영하기 위한 건축사의 업무 경쟁력 제고가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건축사에게 필요한 높은 수준의 역량과 윤리 의식을 자율적으로 함양해 건축사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에 임의화된 협회 가입이 자격 대여, 저가 덤핑 수주, 건축사사무소 경영 악화, 건축사보 인력난 등 건축 업계의 질서뿐 아니라 나아가 국민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협회 의무 가입을 골자로 한 건축사법 개정을 이끌었다.


석 회장은 “그동안 단체 간 이해 충돌로 지속된 건축계의 분열로 주체적으로 우리의 힘을 키우지 못했다”며 “이번 협회 의무 가입을 통해 대한민국 건축계의 통합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축사 관련 단체는 한국건축가협회·새건축사협의회·한국여성건축가협회 등 다양하다. 대한건축사협회 측은 의무 가입 제도화로 내년까지 4000~5000명가량의 건축사가 추가로 가입해 총 회원 수가 1만 7000명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 회장은 건축사가 국가 건축 정책의 진정한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인으로서의 의무를 강조하며 “복지, 교육 안전,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건축이 국가 정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만큼 건축사는 청년 세대의 고민, 주거 문제, 부동산 문제,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건축 문화를 지키고 계승·발전시켜 대한민국 건축 문화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석 회장은 “국내 건축물 가운데 많은 것들이 외국 건축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순수 우리 건축사들의 작업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 현대 건축의 중요한 기록마저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건축 업계에서는 1983년 지어진 서울 남산 힐튼호텔이 철거 기로에 선 것을 두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건축의 교과서’로 불리는 김종성 건축가가 설계한 이 호텔은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해 2027년까지 건물을 부수고 새 빌딩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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