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16분 동안 윤석열 정부의 사적 채용 의혹, 시행령 개정 등을 두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대표 취임 나흘 만에 공격수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1일 취임 축하를 위해 국회를 찾은 한 총리에게 건넨 인사말에서 “정부의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결코 불공정이나 불균형이 있어선 안 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실 사적 채용 및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불공정에 대한 국민의 부정 여론이 높은 점을 짚은 것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부터 경찰국 설치, ‘검수원복’ 등 정부의 시행령 개정 행보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헌법과 법률’이라는 표현을 쓰며 “국민들의 위임을 받아 헌법과 법률에 부합되게 국정이 이뤄져야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가 ‘비정하다’고 평가한 정부 예산안도 재차 언급했다. 이 대표는 “예산이 부족하면 재정을 늘릴 생각을 하는 게 상식적인데 급하지도 않은 3000억 원 영업이익 초과 초대기업 세금은 왜 깎아준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게 서민 임대주택 예산을 줄여야 될 만큼 급한 일이냐”고 지적했다.
한 총리도 이 대표의 공세를 듣고만 있지는 않았다. 한 총리는 “세계가 법인세를 낮추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새로운 정부의 생각은 경제활동에서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에 넘기고 정부는 민간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공개발언이 길어지면서 비공개 전환이 제안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됐다. 이 대표는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면담에서 언급된 여야 대선 공통공약 추진을 위한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 총리도 정부와 여야 고위관계자가 논의하는 자리 외에 총리와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이 대표는 쌍방울그룹과의 ‘검은 커넥션’ 의혹을 주장한 권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저는 쌍방울 인연이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 그룹의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