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기술이나 탄소중립 등 핵심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식재산(IP)입니다. 국가적으로 IP를 잘 관리하고 그것에 맞춰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시스템도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챙기겠습니다.”
주영창(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1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학계에서도 그동안 논문 위주로 접근하다가 이제는 IP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며 “그 결과 우리나라의 특허 출원 건수가 세계 4위까지 될 정도로 성장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다만 이제는 패스트 팔로어(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가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있기 때문에 특허의 양적 팽창이 질적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본부장은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과기혁신본부장(차관)으로 발탁됐다. 이 자리는 정부 R&D 예산을 기획, 평가하고 부처 간에 조율하는 자리이다.
그동안 대학가에는 논문 위주 관행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 한 교수는 우수한 센서 기술에 관해 논문만 썼다가 지난 2020년 중국에서 이를 제품화하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 특허를 내지 않아 로열티도 한 푼 받지 못했다. 이는 대학에서 박사 취득·교수 임용과 테뉴어 선정 등의 내부 평가는 물론 정부 R&D 평가에서도 논문의 수와 피인용지수가 중요하게 다뤄지기 대문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의 대학가에서 임팩트(영향력)가 큰 아이디어는 논문을 쓰는 게 아니라 특허부터 내는 관행이 정착된 것과 대조적이다.
주 본부장은 “대학에서 논문 위주 문화에서 IP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저변에 확산되며 특허 출원 건수가 많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하지만 양적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물론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 출신인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처럼 반도체 소형화의 핵심인 ‘벌크 핀펫 기술’이라든지 여러 특허를 통해 많은 로열티를 받는 경우도 있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특허청,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엄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정보원 등 범정부적으로 IP 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주 본부장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 공공연구원은 국가 임무형 R&D에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국가전략기술의 IP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