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보고서 삭제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들을 불러 조사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전날 박지원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낸 노모(57)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노씨는 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2020년 9월 22일 서해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뒤 박 전 원장으로부터 국정원 내부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실무진에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왔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박 전 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주거지·사무실 10여 곳과 함께 노씨의 자택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사건 당시 내부 직원이 첩보 등을 토대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이 아니라 표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박 전 원장이 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다.
박 전 원장은 "제가 (첩보를) 삭제하더라도 (삭제 기록 등이) 국정원 메인 서버에는 남는다. 왜 그런 바보짓을 하겠나"라며 반박한 바 있다. 노씨 역시 박 전 원장에게서 삭제 지시를 받은 적이 없어 실무진에 전달한 적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씨의 진술과 전날 대통령기록관에서 확보한 청와대 문서를 토대로 당시 대북·안보 라인의 의사 결정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박 전 원장 등 핵심 피고발인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서해 피격과 강제 북송 두 사건과 관련해 그간 참고인 등을 100명 이상 소환하며 혐의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