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 사흘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우면서 한국 경제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고삐 풀린 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가계·기업의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높은 대외 의존도 탓에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 경제 구조의 특성상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원 70전 오른 1362원 60전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 연속 연고점 경신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4월 1일(1379원 50전)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 폭주가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받게 될 충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현지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환율 특수 자체가 사라졌다. 이제는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수출 금액은 0.03% 오르는 반면 수입 금액은 3.6% 뛰어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과 일본 등 수출 경쟁국의 통화 가치가 함께 떨어지고 있는 점도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수입물가를 자극해 통화 당국의 정책적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점도 우려된다. 물가 고공 행진으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화될 경우 가계·기업의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고환율이 글로벌 달러 강세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뼈아픈 경험이 있는 데다 무역 의존도가 높아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라며 “수출 경쟁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물가만 끌어올리는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경우 경제 펀더멘털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외환보유액 확충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우리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엔화·유로화 등과 같은 기준으로 통화 가치 절하를 바라봐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최근의 환율 상승이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의 결과라 정부로서도 뚜렷한 대책을 찾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과 외평채 발행 등 외환보유액 확충을 통한 환율 방어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