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유통 채널의 무게중심은 사실상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93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를 활용한 업계의 적극적인 배송 역량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 국민이 익일 배송과 새벽배송 등의 배송 편의성을 누리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보다 더욱 적극적인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불거진 쿠팡의 전북 완주 물류센터 건립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의 적극적인 투자와 협의가 아쉬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앞서 전라북도를 ‘쿠세권’으로 낙점한 쿠팡은 지난해 3월 전북도·완주군과 투자협약을 맺고 2024년까지 1300억 원을 투자해 완주테크노밸리 제2산단에 10만㎡(3만여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부지 분양가 문제를 비롯해 지자체의 미흡한 행정 지원 등으로 갈등을 빚다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투자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를 확충해 새벽배송을 비롯한 온라인 배송 권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마트 점포와 네오센터의 시너지를 통해 전국을 ‘쓱세권’으로 만든다는 구상에서다. 이를 위해 현재 경기도 용인과 김포 등지에 위치한 3개의 물류센터 외에 서울 동부권을 아우를 수 있는 구리와 하남 등에서 부지를 물색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 건립을 두고 주변 환경이나 안전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재정적 투자나 계획 없이는 부지를 확보하는 것조차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새롭게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보니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SG닷컴이 이마트 점포의 일부를 대형 피킹앤패킹(PP)센터로 리뉴얼해 물류창고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정부의 규제로 활용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혁 1호’ 안건으로 검토하던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가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 추진에 대해 “당장 제도를 변경하는 것 없이 현행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의무적으로 월 2회 휴업해야 한다. 문제는 이 때문에 대형마트가 의무 휴업일과 영업시간이 아닌 자정 이후에는 상품 출고 작업을 하지 못해 e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사실상 새벽배송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오프라인 영업 규제가 e커머스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유통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막고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밖에 물류센터를 마련했다고 해도 배송 차량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3자 물류를 하는 택배 사업자는 ‘배’로 시작하는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이 필요한데 2004년 신규 발급이 중단돼 시장에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영업용 번호판의 시세가 수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뛰었고 택배 사업 진출이나 차량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허가제로 인해 한정된 배 번호판을 시장 수요에 맞게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물류 수요는 늘어나는데 화물 운송 자격은 제한적이라 사업 진출도 힘들고 혁신만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