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조문한 푸틴…"장례식은 참석 안한다"

크렘린궁 “업무 일정 때문”
국가장에 대해서는 확답 피해

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중앙병원에 안치된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의 관 앞에서 애도를 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9월 3일 진행될 예정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지난 1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업무 일정상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히며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눈을 감은 중앙임상병원을 찾아 미리 조문한 뒤 칼리닌그라드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관은 장례식 전까지 병원에 임시 안치된 상태다.


이날 러시아 국영 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시신이 놓인 관 앞에 붉은 장미를 헌화하고 성호를 긋는 영상을 공개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장(國葬)’으로 치러지는 지와 관련해 스코프 대변인은 “의장대를 비롯한 국장의 요소가 일부 포함될 것이고 국가가 장례식 준비를 도울 것”이라면서도 “정확히 어떤 게 국장을 뜻하는지는 알아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지난 8월 30일 저녁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푸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에 조의 전문을 보냈지만 크렘린궁 측은 그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를 지와 관련해서 확답을 피해왔다.


로이터통신은 크렘린궁의 이러한 모호한 태도가 2007년 사망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후계자로 임명한 옐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렀고 생중계됐다. 또한 그의 타계 당시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이러한 러시아 정부의 태도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내 부정적 여론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소련의 마지막 최고 지도자인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전제주의적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을 하고 냉전 해체의 주역으로 꼽히며 1990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유진영에서는 그를 높이 평가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급진적인 개혁으로 소련을 멸망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가 러시아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는 응답자는 15%에 불과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소련의 붕괴에 대해 20세기 가장 끔찍한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표현해 왔다. 아울러 고르바초프가 설립한 재단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인간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평화 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는 3일 열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모스크바 중심부 ‘하우스 오브 유니언’의 필리홀에서 거행되며 그의 시신은 노보데비치 묘지에 묻힌 부인 라이사 여사 옆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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