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판 키우는 오세훈…내년엔 '이건희 미술관'서 열린다

■'亞 미술 중심' 꿈꾸는 서울
오세훈 시장 '프리즈' 관계자 만찬
"문화예술 경쟁력 가진 도시될것"
내년 행사에 '부지대여 의사' 밝혀
런던·뉴욕도 텐트형 전시장 시작

2일 강남구 삼성동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 전경. 오승현 기자

세계 양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ieze) 서울’의 첫 국내 개최가 서울을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도시로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오세훈 서울시장이 프리즈 측에 내년 행사를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4일 미술계에 따르면 오 시장이 3일 저녁 ‘프리즈 서울’ 관계자 및 VIP 자격으로 방한한 주요 미술관 관장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가칭 ‘이건희 미술관’을 지으려고 하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내년 프리즈와 키아프 서울 개최지로 빌려줄 의향이 있다”면서 “민선 8기 서울시장으로서 문화예술로 경쟁력을 지닌 서울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번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덕분에 그 실현을 앞당길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는 서울광장의 3배 면적인 3만 7117㎡ 규모의 땅이다. 서울 도심에 남은 마지막 미개발 ‘노른자’로 불렸다. 조선시대 소나무 숲이던 곳이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사옥을 거쳐 해방 후 미국 대사관 숙소로 사용되다 1997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매입했다. 이후 2008년 대한항공이 사들여 한옥호텔을 지으려다 무산됐고 지난해 말 LH공사를 통해 시(市)유지인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맞바꾸는 3자교환 방식으로 서울시 땅이 된 곳이다.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업무 협약식을 갖고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위한 기증관 건립에 합의한 곳이다.



‘프리즈 서울’과 층을 달리해 코엑스 같은 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키아프 서울’의 조현갤러리 부스에 출품된 김종학 화백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현재 송현동 부지는 개발 사전 작업인 발굴 조사를 마친 후 무성했던 잡풀을 제거하고 뒤 비워진 상태다. 당장 1년 뒤 대규모 미술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프리즈’라는 행사가 원래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천막’을 치고 열렸다는 배경을 따져 본다면 실현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2003년 시작된 프리즈는 기존 아트페어와 달리 텐트형 공간에서 개최해 실험성을 강조하며 성장했다. 예술법 전문의 변호사 캐슬린 킴(뉴욕주 변호사)은 “런던 프리즈는 공원에서, 뉴욕 프리즈는 작은 섬 등에서 열렸고 ‘텐트’는 프리즈의 상징”이라며 “예술과 자연을 함께 즐기는 프리즈의 정체성을 부각하면서, 시민 쉼터로서의 예술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이 송현동 부지에서 열릴 경우 인근 국립현대미술관·서울시 공예박물관, 삼청로 주변의 대형 갤러리 등 미술 인프라와 경복궁·고궁박물관·청와대 등 문화시설과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난해 프리즈가 키아프 측과 공동 개최를 계약할 당시 “5년간 코엑스에서 함께 개최한다”고 했던 만큼 오 시장의 제안을 수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프리즈 서울’은 서울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해외 관계자들에게 새롭게 알렸을 뿐만 아니라 한국 미술 시장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일 코엑스에서 개막해 3층 C·D홀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과 1층 A·B홀에서 한창인 ‘키아프 서울’은 참여 갤러리 및 출품작 수준이 월드컵 경기와 국내 리그에 비유될 정도로 확연히 갈렸다. 그럼에도 이우환·김구림·심문섭 등의 작품을 전면에 세운 가나아트, 백남준과 다양한 젊은 한국 작가를 내놓은 BHAK 등은 한국 미술의 저력을 과시했다. 프리즈에 비하면 판매액 면에서 키아프가 뒤처지지만 해외 주요 미술 관계자들이 한국 미술을 심도 있게 들여다 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프리즈를 통해 선보인 전위적이고 과감한 최첨단의 현대미술은 그간 국내 아트페어가 반복적으로 보여온 ‘뻔한 미술’이 어떤 경쟁력을 모색할지 질문을 던졌다”면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의 문화가 성장했듯이 프리즈를 통해 외부로부터의 관심뿐 아니라 내적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우리 미술이 더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