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용사님이 레터 맨 아래에 있는 ‘들려줘요 지구용’에 다회용 빨대도 다뤄 달란 글을 남겨주셨어요. 그 순간 에디터들이 주섬주섬 꺼내든 다회용 빨대. 취향 따라 각양각색이더라고요. 이 정도면 용사님들께 조금이나마 팁을 드릴 수 있겠다 싶어 준비해봤어요. 일명 ‘내 입에 딱 맞는 빨대를 찾아서’.
사용감과 다회용에 초점을 맞췄기에 종이 빨대와 각종 친환경 빨대(쌀·옥수수 전분·대나무 등)는 제외했어요. 똘똘한 빨대 하나 사서 오래 쓰자는 취지니까요. 그렇게 추려진 후보는 스테인리스, 유리, 실리콘. 자, 선수 입장하실게요.
스테인리스 빨대는 스테인리스 텀블러처럼 다회용 빨대계의 FM이죠. 안전한 소재에 가성비도 좋고 파손의 위험이 없어 휴대하기도 편리하니까요. 유리처럼 깨지거나 실리콘처럼 색깔이 배일 걱정도 없어요. 일자형, 커브형, 실리콘 마개형 등 종류도 다양. 세척솔로 쓱쓱 닦고 열탕 소독하면 위생도 굿.
다만 사용감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 금속 특유의 냄새와 질감에 예민하면 쓰기 어렵죠. 잘못해서 앞니가 띵하고 닿으면 두개골까지 찌릿하다는 후기도.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입에 닿는 부분은 실리콘 팁을 씌운 제품도 있긴 합니다.
또 열과는 상극이에요. 열 전도율이 높아서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땐 부적합. 화기 근처에 가까이 가면 안되고 전자레인지 사용은 금물이에요. 반대로 얼죽아한테는 시원한 게 딱.
△사용감 : 금속 재질에 예민하면 호불호 있을 수 있음
△위생 : 부식, 색·냄새 배임 걱정 없고
△휴대성 : 휘뚜루마뚜루 들고 다니기 최고
△구매팁 : 304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추천(크롬 함량이 높아 쉽게 녹슬지 않음), 빨대 끝 가공 확인
유리 빨대는 냄새나 변색이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이에요. 그리고 투명해서 위생적인 면에서도 플러스. 에디터는 설거지 하수라 스테인리스랑 실리콘은 잘 닦아도 괜히 찝찝할 때가 있더라고요. 반면 유리 빨대는 닦이는 게 실시간으로 보여 매우 편안.
열에 강한 것도 좋더라고요. 가정용 오븐이나 조리기구에 흔히 사용하는 내열 강화유리를 쓰기 때문에 뜨거운 음료도 거뜬해요. 실제 뜨거운 아메리카노(사진)를 마셔봤더니 유리잔은 앗뜨, 빨대는 뜨듯한 정도. 또 빨대 끝(작은 사진)이 입술에 착 감기고 부드러워 사용감도 좋았어요.
다만 다른 빨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떨어져 깨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의도적으로 내려치지 않는 한 괜찮지만 어린 아이가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사용감 : 이질감 없이 음료 본연의 맛 제일 잘 살림
△위생 : 속이 다 보여 내 속도 뚫리는 기분
△휴대성 : 유리는 유리, 조심할 필요
△구매팁 : 소재 확인 필요, 파이렉스나 독일 쇼트 유리 등이 좋다는 평가. 시험검증서 확인도 필수
실리콘 빨대는 휴대성에서 만점을 받았어요. 접었다 폈다가 가능해 에디터는 텀블러 뚜껑 속에(사진) 넣어 가지고 다녀요. 따로 파우치가 필요 없는 셈. 위생적인 면도 좋아요. 개방형 실리콘 빨대의 경우 손으로 벌려 세척할 수 있어 세척솔이 따로 필요 없거든요.
휴대성에서 장점이 됐던 유연한 소재는 때론 단점이 되기도 해요. 다른 빨대에 비해 단단하지 않으니까 내용물이 실한 음료를 먹을 때 휘젓기 조금 힘들 수 있어요. 사용감은 스테인리스와 유리 빨대의 중간 정도. 처음엔 고무 재질이 낯설었는데 계속 쓰다 보니 금세 익숙해지더라고요.
또 실리콘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는데 이건 새 제품 사용 전 안내문에 따라 열탕 소독을 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돼요. 밝은 색상의 경우 변색의 위험은 존재합니다.
△사용감 : 실리콘 특유의 냄새 유의, 약간 낯선 너
△위생 : 개방형은 다 펼쳐서 닦아 세척솔 필요 없어
△휴대성 : 텀블러 안에 쏙, 파우치도 필요 없음
△구매팁 : 열탕소독 가능한 내열성 실리콘인지, 유해물질 불검출 시험 성적서 확인
다행히 플라스틱 빨대는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사라지는 추세인데요.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연간 9억 3800만개의 빨대가 버려졌다고 해요. 무게로 따지면 약 675톤. 그나마 이건 일부 커피전문점 브랜드 등 집계 가능한 영역이고요. 비공식 통계로는 최소 30억개 이상으로 추정돼요.
플라스틱 빨대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꼼짝 없이 태우거나 썩혀 없애야 해요. 근데 걸리는 시간이 상상 초월. 이 작은 빨대 하나가 분해되는데 무려 500년이 걸린다고 해요.
얌적히 썩나? 그것도 아니죠.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물을 위협하고, 분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뿜어내 환경 오염을 초래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는 먹이사슬에 따라 인간의 식탁에 다시 올라와요. 플라스틱 빨대, 너 정말 징글징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