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2024년부터 연결기준 이자비용으로만 3조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자체 추정했다. 올해 예상 영업손실액은 26조을 넘어서며 부채 비율도 400%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5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한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2022년~2026년)’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은 26조6009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401.6%로 전년(223.2%)과 비교해 2배가량 껑충 뛸 전망이다. 내년 부채 규모는 전년 대비 34조원 가량 급증한 179조2055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조9145억원 수준이었던 이자비용은 내년 2조9716억원으로 껑충뛰고 2024년에는 3조73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한전은 내년부터 재무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전은 관련 계획안에 ‘2023년 이후 연료비연동제 운영 및 재무개선 등을 통한 흑자 전환’을 언급하며 내년도 영업이익을 5조3869억원으로 전망했다. 2024년(5조3290억원), 2025년(5조8214억원), 2026년(5조5233억원) 등 4년연속 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대했다.
문제는 한전의 이 같은 실적 개선이 이뤄지려면 내년도 전기요금이 올해 대비 2배가량 급등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현가능성을 감안한다면 한전의 재무개선 기대가 ‘몽상’에 가까운 이유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직전 1년간의 평균 연료비인 ‘기준연료비’와 최근 3개월간의 평균 연료비인 ‘실적연료비’를 가감해 산출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톤당 498달러였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은 올 7월 1034달러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석탄가격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 호주뉴캐슬 기준 유연탄가격은 지난해 9월 1톤당 175달러에서 이달 439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석유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석유는 연료비 연동제하에서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전기요금 결정시 환산 계수를 100으로 놓았을 때 석탄 가격에는 74.6, LNG에는 24.5, 석유(벙커시유)에는 0.9를 각각 곱해 연료비 조정 단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료비 연동제가 정상 작동한다면 내년도 전기요금은 2배이상 뛰어야 한다. 반면 정부는 올해처럼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내년도 기준연료비 인상을 억누를 가능성이 높다. 한전 적자 보전을 위한 재정투입 카드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민생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관련 법 개정으로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 한도를 늘리고, 이후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에 기대는 일종의 ‘기우제(祈雨祭)’식 대응을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면 한전의 ‘빚으로 빚을 갚는’ 차입경영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전의 재무상황은 심각하다. 만기이자를 더한 한전의 올 상반기 차입금 및 사채규모는 122조3508억원으로 지난해 말대비 30조원 이상 늘었다. 한전의 차입금 및 사채 규모는 2019년(80조3997억원)과 2020년(82조3262억원)만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관리돼 왔으나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 본격 드러난 2021년 91조9504억원까지 늘었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14조30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손실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한전의 이자비용이 2024년이 아닌 내년에 3조원을 넘어서고 내년 부채비율도 50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한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운영자금으로 내년에만 1320억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한전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한전공대에 출연하는 금액은 2932억원에 달하며 2031년까지 출자하는 금액을 더하면 한전의 부담액은 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