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던져 준 금리인상 퍼즐 조각…유럽은 '슈퍼킹달러' 잠재울 수 있을까[글로벌주간뉴스]


제롬 파월의 한마디로 날아간 글로벌 시가총액의 규모가 4조9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679조 원으로 이른다고 합니다. 연준 의장 자리는 ‘미국 대통령보다 막강하다’는 우스개아닌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자리 중 하나로 꼽혀왔는데요, 8분 50초 자리 잭슨홀 연례 경제정책회의 연설로 6679조 원을 증발시킬 정도라니 그 위력이 실감이 됩니다.


뉴욕 증시에도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후폭풍이 이어졌습니다. 다우존스 지수는 금요일 3만1318.44%로 마감하며 주간 기준 2,99% 하락했습니다. S&P500 지수는 3924.26으로 마감해 지난 주 3.29% 떨어졌구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역시 1만1630.86으로 장을 마쳐 한 주간 4.21% 하락했습니다. 나스닥 지수가 6일 연속 하락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입니다. 세 지수 모두 3주 연속 하락입니다.


뉴욕 증시 하락의 이유는 단연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발언의 여파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이 ‘기조 전환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시장의 기대가 무너졌습니다. 또 적어도 내년까지는 금리 인하는 없다는 점, 고용이나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한 두차례 정도 좋은 것으로는 연준의 행보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시장이 깨달았습니다. 월가에서 활동 중인 노현철 쿡 캐피털 그룹 매니징 파트너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증시하락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시장의 괴리감을 해소하는 것이며 한 번은 겪었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당장은 하락이 괴롭지만 통화 정책에 대한 연준과 시장이 서로 시각을 맞춰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으로 볼 측면이 있다는 것 입니다.



실제로 지난 주 시장은 공포와 우려에 긴장 일변도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준의 행보에 대해 흘러나온 힌트가 적지 않았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은 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상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대한 해설집 수준의 정보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이 제공한 힌트는 △연준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려고 하는가(목표 금리),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가 입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존 윌리엄스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인터뷰에서 실질금리 개념을 꺼냈습니다. 실질금리는 기준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수치인데요, 이같은 실질금리를 기준으로 연준의 목표 금리를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실질금리가 ‘제로’ 이상이어야 한다”며 “이게 나의 (목표 금리에 관한) 기준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실질금리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금리, 정확히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제외한 수치입니다. 단순히 보면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가 2.25~2.5%이고 물가 지표 가운데 연준이 정책 기준으로 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7월 기준 6.3% 입니다. 그러니 지금 기준금리가 2.5%라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6.3%)를 고려하면 실질 기준금리는 -3.8% 수준인 셈입니다. 여전히 지금 당장 시장을 위축 시키기에는 부족한 수준인 것이죠.


윌리엄스 총재는 이 실질금리로 자신이 목표 금리를 산정하는 방법을 일부 공개했는데요, 그의 주요 발언은 이렇습니다.




"중립금리는 실질금리 기준 0.5%다."



"기준금리는 내년 이후를 봐야하며 중립금리보다는 높아야 한다"



"내가 보는 합리적인 내년 인플레이션율은 2.5~3% 정도다.”




윌리엄스 총재는 내년 인플레이션을 3%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제로가 되려면 기준금리는 일단 3%가 돼야 합니다. (기준금리 3%-인플레이션 3%='제로')


그런데 물가를 위축시키지도, 팽창시키지도 않는 수준인 중립금리는 실질금리 기준 0.5% 라고 했으니 그가 보는 내년 중립금리는 3.5%가 됩니다. 기준 금리는 중립금리 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했으니, 적어도 3.75% 정도를 내년 목표 금리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이튿날 “실질 금리가 ‘제로’ 이상인 영역으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며 실질금리 개념을 활용하라고 사실상 조언했는데요, 그가 제시한 목표는 좀더 높은 4% 이상입니다.



실질 금리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면, 연준이 언제쯤 금리를 올리고, 언제쯤 내린다는 정해진 타임스케줄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인플레이션 변화 따라 중립 금리가 결정되니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파월 의장 등의 발언이 당연하게 되는 것이지요.


인플레이션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의 전망대로 내년 3%까지 갈 경우 중립금리는 3.5%가 되므로 아마 연준의 명목 기준 금리 목표는 내년 3.75% 가량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러시아 전쟁이 끝나서 내년 인플레이션이 2% 초반대로 떨어진다면 지금의 금리 수준으로도 중립 금리가 될 수 있으니 많이 올릴 필요가 없는 것이죠. 반대로 내년 여러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5% 대일 것으로 전망된다면 경우 중립 금리는5.5%가 되니 아마도 지금보다 3% 포인트 이상 급격한 상승이 필요해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에 미뤄보면 기조 전환 기대감을 부추겼던 문제의 발언, 제롬 파월 의장이 7월 FOMC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 영향을 평가하면서 금리 인상폭을 줄여나가는 것이 적정할 것”이라는 발언의 의미도 사실은 연준이 기조전환을 할 준비가 돼 있다기 보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 추세가 나타나는 게 적정할 것’과 동의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가 상승세 둔화에 대한 기대를 시장에서는 기조전환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이제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갖는 의미도 그만큼 커집니다. 실질금리라는 툴을 이용하면 연은 총재들이 내놓는 목표 금리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인플레이션 전망의 차이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잭슨홀 전 후 제시한 연은 총재들의 목표 금리만 뽑아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 내년 초 0.4% 이상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 연내 3.75~4%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 내년 3.75% 이상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 3.4% 이상




연준이 더 이상 연착륙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난 주 들어 명확해진 분위기입니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금리 인상은 또 가계와 기업체에 어느정도의 고통을 안겨 줄 것이다. 이것들은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데 있어 불행한 비용”이라고 했는데요, 이후 지난주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오하이오주 데이턴 지역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수반할 것이고, 그 결과 경제성장은 추세 아래로 내려가고 고용 성장이 더뎌지며 실업률이 높아지는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고 추가 설명했습니다.


연착륙 가능성이 살아있다고 하던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지금과는 다른 경제 상황에 진입한다고 못박은 것인데요,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잭슨홀에서의)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소프트 랜딩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그로스 리세션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로스리세션은 성장(growth) 경기침체(recession)의 합성어로 경기침체는 아니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잠재 성장률 이하로 떨어지는 저성장 국면을 말합니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보다는 덜 충격적이고 덜 아프지만 물방울이 한곳에 계속 떨어지는 고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미 의회예산국이 올해와 내년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의 목표가 0~1% 대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뜻이지요. 마이너스성장은 아니지만 고용과 소비 등 경제가 사실상 정체 되는 수준입니다.


다만 이역시 희망일 뿐입니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뱅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이상기후가 이어지는 와중에 연준이 물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침체 규모는 더 클 수도 있다”며 “연준은 그로스 리세션을 원하겠지만 파월 의장은 명백한 경기 침체도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를 최소화하기 위한 키도 결국 인플레이션이 쥐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고용수치가 꾸준히 완화한다는 점이 명확해지면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은 낮아지고, 속도로 느려질 수 있습니다. 이는 금리 인상발 경제 충격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원래 경기 침체는 증시에 악재이지만, 그동안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를 늦추는 요인이라고 보고 침체 신호를 담은 데이터가 발표될 때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고용을 보고, 상황에 따라서는 경기 침체도 감수 하겠다라고 말한 만큼 시장도 침체 뉴스를 굿 뉴스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어졌습니다. 노현철 쿡 캐피털 그룹 매니징 파트너가 “지금 주가 하락은 증시와 연준 간 괴리를 해소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라는 의미도 결국 이 지점 있습니다.



여러 힌트에도 불구하고 9월 FOMC에서 연준이 0.5%포인트를 인상할지, 0.75%포인트를 인상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요소인데요. 다행히 최근 나온 8월 고용보고서에서 고용시장이 완화된 점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현재 일자리는 많은 데 일할 사람은 적어 임금이 계속 오르는 것이 미국 고용시장의 문제인데요, 8월에는 실업률이 3.7%로 올라오고 노동시장참가율이 62.4%로 상승하는 등 고용 공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전망은 비관론과 긍정론이 공존합니다. 모건스탠리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마이크 윌슨은 S&P500이 지난 6월의 최저점인 3666.77을 다시 하회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가 완화되기 시작했고, 연준이 앞으로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하겠다는 점이 점점 명확해지는 만큼 공포 수준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JP모건은 연말까지 S&P500이 4800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 가까이 오르는 반등장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요일 CNBC 방송에 출연한 생추어리웰스의 최고투자책임자 제프 킬버그는 "S&P500은 6월이 바닥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새로운 바닥을 이야기하지만 바닥을 지탱할만한 힘이 아주 많이 있다"며 "그리고 11월에 중간선거가 있다는 걸 잊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증시가 올랐다는 경험칙을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다만 4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애초 폐기될 것으로 관측됐던 대중 고율 관세를 유지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인플레이션에 부담이 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주에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대한 굵직한 데이터 대신 제롬 파월 의장이 또 한번 외부 연설에 나섭니다. 그 외에도 무려 9명의 연준 관계자들이 메시지를 던집니다. 최근 발표된 8월 고용보고서 이후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는지 기대 되는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호주, 캐나다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이번주 예정돼 있습니다. 화요일은 호주, 수요일 캐나다, 목요일은 유럽 중앙은행인 ECB가 금리를 인상. 50bp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호주를 제외한 두 중앙은행은 75bp 인상을 예상하고 있는데요, 이 경우 ‘킹달러’의 질주가 조금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달러 채권 수익률이 줄어들 수 있으니 단기적으로 증기에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베녹번클로벌포렉스의 수석 시장 전략기인 마크 챈들러는 “강세를 보였던 달러가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단기적인 달러 가치 조정이 따를 수 있다”며 “이에 따른 채권 수익률 하락, 주식 가격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주 이벤트는 이렇습니다.




이벤트 캘린더



<6일 월요일>


미국 노동절 증시 휴무일



<7일 화요일>


오전 9시 45분(한국 시간 오후 10시45분) 8월 PMI 서비스


오전 10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ISM 서비스



<8일 수요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7월 국제 무역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10시) 바킨 리치먼드 연준 총재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10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오후 12시35분(한국시간 9일 새벽 1시35분)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오후 2시(한국시간 9일 새벽 3시) 연준 베이지북


오후 2시(한국시간 9일 새벽 3시)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



<9일 목요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주간 최초 실업수당 청구


오전 9시10분(한국시간 오후 10시10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카토연구소 회의 연설)



<10일 금요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11시)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오후 12시(한국시간 11일 새벽 1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오후 12시(한국시간 11일 새벽 1시)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결국 이번 주는 지난주에 이어 연준의 행보에 대한 해석과, 유럽 지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따른 거시 영향이 시장의 움직임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 등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소식에도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OPEC+가 월요일 감산 논의 예정입니다. 긴장감이 높은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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