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이 재혼할 경우 유족연금을 더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한 공무원연금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 나왔다. 유족연금의 취지가 갑작스런 공무원의 사망으로 인한 가족의 생계보호인 만큼 재혼으로 새로운 부양관계를 형성했을 경우 더 이상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으로서 보호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제2호 중 '유족연금' 조항에 대해 재판관 5(합헌)대 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은 공무원의 사망으로 갑작스럽게 생계를 위협받게 된 유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되는 급여로 재혼할 경우 그 권리를 상실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배우자의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것은 재혼 상대방 배우자를 통한 사적 부양이 가능해짐에 따라 더 이상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으로서의 보호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유족연금은 본래 보험료 납부에 상응해 결정되는 급여가 아니라 사망 당시의 혼인관계 및 생계의존성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파생적 급여"라고 했다.
헌재는 이어 "공무원연금법은 공무원의 연금형성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를 고려해 이혼 시 이를 정산·분할할 수 있는 분할연금제도를 두고 있으나 이는 유족연금과는 그 제도의 목적이나 취지가 서로 다르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배우자의 혼인기간 동안의 연금형성에 대한 기여를 비례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정신청인 A씨는 2017년 12월 사실혼 관계에 있어 공무원연급법상 유족연급수급권을 상실하고도 유족연금을 지급받았다며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유족연금 지급종결 조치와 재혼 이후 수령한 유족연급의 환수를 고지받았다. 이에 A씨는 유족연급수급권 상실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 중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해야 한다고 밝힌 이석태·이은애·이종석·김기영 재판관은 "해당 조항의 위헌성은 재혼을 유족연급수급권 상실 사유로 규정한 것 자체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영구히 유족연금수급권 전부를 박탈한 것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