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유로화 약세에 원화는 더 '속수무책'

■환율 장중 1375원 돌파
연쇄 악재에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역외투자자 매입…당국개입 안먹혀
외환보유액 4364억弗로 다시 감소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외환 당국의 경고에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시장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은 하나로도 벅찬 초대형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긴축 행보에 위축된 투자심리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중국의 경기 둔화까지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다. 갈수록 커지는 환율 변동성에 외환보유액이 한 달 만에 감소 전환하는 등 우리 경제 펀더멘털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75원까지 치솟았다가 전 거래일 대비 8원 80전 오른 1371원 40전에 마감했다. 이날 외환시장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주 환율 수준은 1360원 중반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급등세를 고려하면 한 차례 숨 고르기를 할 시기라는 생각은 장이 열리자마자 빗나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뿐만 아니라 위안화 약세, 유로화 약세 등을 모두 반영하면서 과도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역외 투자자 매입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점차 지목되고 있다. 이날 당국이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한 경고도 통하지 않았다. 환율 쏠림이 반복되며 정부의 구두 개입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위안화와 엔화 가치 하락은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무역수지 적자를 늘리는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및 중국 통화의 가치 절하는 원화 환율 상승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기대를 강화시켜 원화 환율 불안과 해외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급등에 외환보유액은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8월 말 외환보유액은 4364억 3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1억 8000만 달러 줄었다. 올 들어서만 250억 달러 넘게 줄어든 외환보유액은 7월(3억 3000만 달러) 소폭 늘었다가 다시 한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미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기타 통화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환율 급등에 당국의 매도 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원·달러 환율이) 다른 주요 통화보다 바람직하지 않게 빨리 오른 경우도 몇 차례 있었기 때문에 개입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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