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등 난제 앞에 선 '변신의 귀재'…강철 리더십 발휘할까

英 새 총리 '제 2 철의 여인' 트러스 유력


‘제2의 마거릿 대처’를 자처하는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7세 때 학교의 모의 선거에서 대처를 연기했다. 그의 기억은 40년이 흐른 5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 보수당 당 대표 선거에서 현실이 될 상황이다. ‘여성 총리’ 타이틀뿐 아니라 영국 경제가 직면한 최악의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점도 대처와 흡사하다. 40여 년 만의 인플레이션, 에너지 값 폭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갈등 등 첨예한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변신의 귀재’로 꼽히는 리즈 장관이 대처와 같은 강철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학 시절 왕정제 폐지 주장…보수당 입당 후 승승장구


지금은 대처의 후예를 자처하는 트러스 장관이지만 처음부터 보수당 색채가 강했던 것은 아니다. 좌파 성향이 뚜렷한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 대처 전 총리가 미국의 핵탄두 배치 계획을 세우자 가족들과 반대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옥스퍼드대 재학 중에는 자유민주당에 가입해 왕정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정치관을 바꿔 1996년 보수당에 입당한 뒤 총선에서 두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2010년 보수당 강세 지역인 사우스웨스트 노퍽 지역구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등 3명의 총리 밑에서 6개 장관직을 수행하며 승승장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러스 장관에 대해 “변신자(shapeshifter)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일각에서는 출세가 예견될 때 그가 풍향계처럼 방향을 튼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대규모 감세’ 공약했지만…"英 인플레 부추길 것"


세간의 관심은 40여 년 만의 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에 처한 영국 경제를 트러스 장관이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이냐에 쏠린다. 그의 뚜렷한 방향성은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이다. 그는 4일 BBC에 출연해 앞서 공약했던 30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 정책을 이달 말 실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고소득층에 혜택이 몰린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재분배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지난 20년 간의 경제 논의가 분배에 집중되면서 우리는 상대적으로 저성장을 이뤄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규모 세금 감면이 가뜩이나 고공행진하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가능성이 작지 않아 트러스 장관의 계획대로 정책이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4일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아시아 시장에서 1.1475달러로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영국 물가 상승률이 7월 10.1%에서 내년에는 2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가 늘어나면 정부 지출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감세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값 대응 관건…강경 외교 정책 펼쳐질 듯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대한 대응도 관건이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로 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영국 내 가정용 에너지 가격은 10월에 현재 대비 80%나 인상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영국 가정은 1년에 평균 3549파운드(약 560만 원)를 에너지 요금으로 내야 한다. 트러스 장관은 선거 초반만 해도 직접적 재정 지원에 회의적이었지만 여론이 악화하자 4일 “취임 후 1주일 안에 대책을 내놓겠다”며 진전된 태도를 보였다. 더타임스는 트러스 장관 캠프가 가스 및 전기 요금 동결과 최소 690억 파운드 규모의 지원책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대처다움’을 고수하는 트러스 장관의 노선에 비춰볼 때 외교 정책도 강경 색채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러스 장관은 2016년 브렉시트 논의 초기만 해도 유럽연합(EU) 탈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국민투표 이후 강경 브렉시트론자로 변모했다. 그가 이끄는 영국 외무부는 올 6월 영국 본토와 떨어져 있는 북아일랜드를 EU 단일 시장에 남도록 한 ‘북아일랜드 협약’을 폐기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 EU의 반발을 불렀다. 로이터통신은 “EU 27개국 중 트러스 총리를 지지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평했다. 트러스 장관은 취임 이후 중국을 러시아와 유사한 ‘위협’ 국가로 분류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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