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주춤했던 '학폭' 9년 만에 최고…등교 확대에 신체 폭력↑

피해 응답률 1.7%…전년 대비 0.6%포인트↑
언어폭력이 41.8%로 최다…신체폭력 2.2% 늘어
서울 피해 응답률 2.0%…0.8%포인트 늘어
학폭 예방교육 확대…학생부 기재·관리 강화 추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에 따른 원격 수업 영향으로 주춤했던 학교폭력이 다시 늘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체 폭력이 증가하는 등 학교폭력의 양상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러한 결과를 담은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6일 발표했다.


◇피해 응답률 1.7%…역대 두 번째=실태조사는 올해 4월 11부터 5월 8일까지 4주간 온라인·모바일로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초4~고3 재학생 약 387만 명으로 조사 참여율은 82.9%(약 321만 명)이다. 지난해 1차 조사 대비 5.9%포인트(23만 명) 감소한 수치다. 자체 조사를 실시한 전북교육청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이 공동 실시했다.


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은 1.7%(약 5만4000명)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확대됐던 2021년 1차 조사 대비 0.6%포인트 늘었다. 코로나19 이전 실시된 2019년 1차 조사와 비교해서도 0.1%포인트 증가했으며 전수조사가 시작된 지난 2013년(2.2%) 이후 9년 만에 두 번째로 가장 높은 수치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3.8%, 중학교 0.9%, 고등학교 0.3%로 나타나 모든 학교급에서 지난해 1차 조사보다 피해 응답률이 증가했다. 한유경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은 “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에 비해 학교폭력 감지 민감도가 높다"며 "학교수업 정상화에 따라 신체·언어적 상호작용이 증가하면서 습관성 욕설, 비속어 사용 등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학교폭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언어폭력 최다…등교 확대로신체 폭력 비중↑=피해유형은 △언어폭력(41.8%)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차 조사 대비 집단따돌림 비중은 1.2%포인트, 사이버폭력은 0.2%포인트 감소한 반면 신체폭력은 2.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교(14.6%)와 중학교(15.5%)는 ‘신체폭력’이, 고등학교(15.4%)는 ‘집단따돌림’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해 응답률은 2019년 1차 조사와 같은 0.6%(약 1만9000 명)로 2021년 1차 조사 대비 0.2%포인트 늘었다. 목격 응답률은 3.8%(약 12만2000명)로,지난해 1차 조사 대비 1.5%포인트 증가했으나 2019년 1차 조사보다 0.2%포인트 감소했다.


집단따돌림 비중은 피·가해 유형에서 각각 1.2%포인트, 0.7%포인트 감소했다. 가해를 ‘주로 여럿이 했다’는 응답이 감소(1.0%포인트)하는 등 지난해 1차 조사 대비 집단 폭력이 줄었다. 같은 기간 학교폭력 피해 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응답은 1.5%포인트 증가해 90.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목격 후 ‘알리거나 도와줬다’는 응답 역시 0.7%포인트 늘어난 69.8%였다.


서울의 경우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0%(1만179명)로 지난해에 비해 0.8%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19년 2.0%와 동일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생은 1.5%포인트 늘어난 4.6%, 중학생은 0.4%포인트 증가한 0.9%, 고등학생은 0.1%포인트 늘어난 0.3%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교육부 전체 통계와 같이 언어폭력이 42%로 가장 많았고, 신체폭력(15.7%), 집단따돌림(13.1%), 사이버폭력(9.4%) 순이었다. 사이버폭력 유형은 초등학교에 비해 중·고등학교에서 비율이 높았다. 등교 확대로 ‘학교 안’에서의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학교 밖’에서의 학교폭력은 감소했다. 또 학교폭력 피해 후 알리거나 신고한 비율은 2019년 82.6%, 2020년 83.7%, 2021년 89.8%, 2022년 91.5%로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교육부, 학폭 예방교육 등 지원…학생부 기재·관리 강화= ‘위(Wee) 닥터’로 활동 중인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가 재난상황에서 폭력 등의 문제가 줄어들다가 재난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사회·정서적 역량에 관련된 기본적인 소양에 대한 교육이나 또래 간 갈등을 조절하는 경험들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2학기가 시작되는 이달부터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심리·정서 안정, 교우관계 형성 등을 통해 지난 2년간 대면접촉의 감소로 발생한 사회성·공감능력 부족 문제 개선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가해 행동에 대한 엄중 조치로는 내년 3월 1일 시행 예정인 학생부 기재·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개정을 마무리하고, 경찰청(117센터 등)과 협력해 자가진단·신고·지원·상담 기능을 제공하는 학생보호 통합 온라인 지원 시스템을 연내 개발할 계획이다. 내년 시범운영을 실시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교가 일상을 회복하고 정상등교로 전환하고 있는 지금이 학교 내 폭력 예방문화의 조성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과 지난해 12월 발표한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추진방안 후속조치를 지속 추진·점검하고, 최근 학교폭력 실태 양상을 분석해 내년 2월 ‘2023년 범부처 시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주요결과표 가운데 ‘피해 경험’ 결과표. 사진 제공=교육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