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버와의 차별 대우 등을 지적하며 지난달 카카오게임즈(293490) 앞에서 ‘마차 시위’를 진행했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소비자들이 결국 카카오게임즈 운영진을 만나게 됐다. 지난 3일 대표 사과를 받아낸 지 약 이틀만의 성과다. 게임 이용자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집단 행동에 나선 결과 이제 게임사들도 더 이상 이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전날 저녁 8시경 우마무스메 공식 카페에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구체적인 진행 일정과 방식은 유저 대표들과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유저들은 간담회 개최를 반기면서도 환불 단체 소송은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시위 총대진은 이날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와 1100만 원 상당의 법률 자문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앞서 우마무스메 유저들은 지난 2일 5차 성명문을 발표하며 사측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조계현 대표이사의 사과문 △간담회 개최 여부 등에 대해 6일 0시까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결국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3일 조계현 대표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로부터 64시간만에 간담회 개최를 확정했다. 두 건 모두 유저들이 단체 행동 초반부터 가장 많이 요구해오던 사안들이었다. 한국게임학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면서도 “다만 간담회 이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만큼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우마무스메 유저들이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영리한 집단행동이다. 일반 트럭이 아닌 ‘마차’ 시위를 기획해 언론·정치권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며 ‘판’을 키운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시위의 명분을 해칠 수 있는 논란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예컨대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전문 훈련사를 동행시키고, 말이 지치지 않도록 시위 도중에는 인터뷰 요청을 일절 받지 않기도 했다.
실제 게이머들은 지난해 1월부터 능동적인 소비자로 ‘각성’하고 있다. ‘트럭 시위’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을 통해 게임사들의 운영 미흡·유저 기만 문제를 사회적인 쟁점으로 부상시키고 있는 것. 위 교수는 “이전까지는 게이머들이 폐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로 불만을 토로하는 데 그쳤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트럭 시위’를 통해 여론의 관심을 끌면서 협상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후 게임사들의 태도도 조금씩은 바뀌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초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휘말린 후 연말 실시간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 시스템인 ‘넥슨 나우’를 구축했다. 올해 초 내놓은 신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도 확률형 아이템을 2개만 넣는 등 과금 부담을 덜어 유저들의 호응을 사기도 했다.
엔씨소프트(NC)는 지난해 8월 ‘블레이드 & 소울 2’ 출시 이후 과금 체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김택진 대표가 직접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과거의 성공 방식을 재점검하겠다”고 전사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다만 NC는 올해 8월에도 리니지2M 운영과 관련해 트럭시위를 받기도 했다.
게이머들은 ‘밀고 당기기(밀당)’의 고수이기도 하다.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게임사에겐 쿨하게 ‘돈쭐’로 화답한다. 지난해 1월 트럭시위를 처음으로 주도한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유저들은 오는 7일 운영진에게 400만 원 어치 커피트럭을 선물할 예정이다. 지난 1년간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산 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