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을 미래 먹거리 없어…산학연 '科技혁신'만이 해법"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
<하> '국가 생존과 미래 성장동력' 토크콘서트
반도체 값싼 중국산에 잠식 위기
연구중심대학 과학기술인재 키워
대체할 미래 산업 발굴 속도내야
대학 등록금 14년째 동결 재정난
연구 집중하도록 정부서 지원하고
SW 기술자 잦은 이직으로 인력난
스타트업 육성할 인재정책도 절실

2일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에 참석한 이종환(앞줄 왼쪽 일곱 번째)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부회장, 김학도(〃 여덟 번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황철주(〃 아홉 번째)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등이 경남 산청군 선비문화연구원 앞에서 기업가정신 고취를 다짐하고 있다. 산청=이호재 기자

서울경제신문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과 함께 경남 진주, 의령, 산청에서 1~2일 개최한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 참가자들이 의령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생가를 관람하고 있다./ 의령=이호재기자.


“국가적 위기 상황입니다. 반도체 중 로엔드(저가) 시장은 3년 내 중국에 시장을 뺏기며 힘들어질 것입니다. 저가부터 시장이 잠식당하면 나중에는 본류까지 어려워질 수 있죠. 수출 비중이 20%나 되는 반도체를 대체할 신성장 동력을 빨리 확보해야 합니다.”(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1802년 독일(프로이센)이 나폴레옹 전쟁에서 지고 프랑스의 식민지로 전락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연구 중심 대학의 개념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와신상담하면서 연구 중심 대학에서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 60년 만에 프랑스를 이길 수 있었죠.”(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산학연 전문가들은 2일 경남 산청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열린 ‘국가의 생존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토크 콘서트에서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다이내믹 코리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행사는 서울경제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과 함께한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의 일환으로 열렸다.



2일 경남 산청 선비문화연구원에서 열린 ‘국가의 생존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 토크콘서트’에서 톤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우선 이 자리에서는 과학기술을 빠르게 혁신하지 않으면 핵심 산업의 일부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황 회장은 “반도체를 대체할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후퇴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 대비를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술패권 시대, 과학기술계가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고 정부의 연구자금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모방을 통한 99% 국산화보다 1%의 혁신기술 세계화가 더 중요하다”며 “다른 나라가 하는 것을 우리가 따라하는 것은 낭비”라고 꼬집었다.


임팩트(영향력)가 큰 연구 성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 확대와 자율성 부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일 경남 산청 선비문화연구원에서 열린 ‘국가의 생존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 토크콘서트’에서 톤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 주요 참석자들이 1일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옛 지수초등학교)에 있는 부자소나무 앞에서 선비들이 도포자락에서 뭔가를 꺼내는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진주=이호재기자

이 총장은 “기초연구를 통해 최고의 이론을 갖고 첨단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과학기술계가 할 일”이라며 “하지만 연구 중심 대학을 열심히 키우고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대학 재정이 매우 어렵다”며 “새로운 장비를 들여오는 등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럴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장도 “내년 과학기술 분야 재정도 어렵다”며 “정부가 (인공지능·바이오 등) 10대 국가전략기술을 정한 만큼 출연연이 이 분야 연구를 강화해 신성장 동력을 만드는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내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물가 인상을 감안할 때 사실상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과학기술계에서 나오는 상황을 전한 것이다.


최구식 한국선비문화연구원장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23전 23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화포를 멀리 쏠 수 있는 첨단 무기 기술 체계를 갖추고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싸운 데 있다”며 “결국 국가의 흥망성쇠와 전쟁의 승패는 과학기술이 갈랐다. 우리도 과학기술인이 나라의 중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효율적인 국가 인재 양성과 관리 필요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 총장은 “재정이 어렵다 보니 인재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선순환이 어렵다”며 “일반고 출신은 의대를 가려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병역 특례 요원도 축소돼 박사 과정을 밟으려는 학생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UNIST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내년 9월 의과학대학원 설립에 이어 의학전문대학원(의대) 설립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의대와 자연대·공대 등 융합 혁신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황 회장은 “인재 양성은 10년 뒤를 보고 해야 한다”며 “모방경제에서는 지식인을 키우면 됐지만 이제 혁신경제에서는 튼튼한 기초 실력과 열정, 기업가정신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벤처기업에서 실력 있는 기술자를 길러 놓아도 대기업이 낚아채가는 구조로는 인재 생태계 구축이 어렵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이 원장도 “지방기업들의 인력난은 더 심하다”며 “지역의 대학과 출연연이 혁신의 거점이 되도록 거듭나야 한다”고 거들었다.



2일 경남 산청 선비문화연구원에서 열린 ‘국가의 생존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 토크콘서트’에서 톤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동복 티비허브 대표는 “회사에 일거리는 많은데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2~3년, 대부분 5년 내 이직하려고 해 인력 관리에 애로가 많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벤처·스타트업이 혁신의 선봉장이 되도록 인재 정책을 잘 펴줬으면 좋겠다”며 “벤처스타트업과 투자자 간 정부의 교량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대율 경상국립대 교수도 “플랫폼 등 혁신 분야의 전문 인력 육성을 통해 청년들이 관련 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에서는 인력 미스매치가 더 심한데 맞춤형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준 안다아시아벤처스 대표는 “70~80%의 올드 이코노미(기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더라도 20% 정도의 혁신 기업이 성장하면 경제는 발전한다”며 산학연의 혁신 노력을 촉구했다. 실례로 전기차 분야의 기술 혁신을 통해 기존 자동차 부품 업계도 혁신하고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환영사와 청중 토론을 통해 “과학기술 초격차를 가져야 경제·안보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레버리지(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정치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남명 조식 선생 사후 200년이 넘어 정조 때 정약용·홍대용·박제가 등 실학자들이 나왔지만 결국 ‘실사구시’의 꽃을 피우지 못했다.이후 1800년대에는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다”며 “역사에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16세기 남명의 지행합일·실사구시 사상이 퇴계나 율곡의 사상을 제치고 주류가 됐다면 ‘우리 역사가 완전히 달라졌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는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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