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병 환자 수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전단계 인구가 약 1583만 명인 점을 감안할 때 2000만 명이 넘는 수가 당뇨병 또는 당뇨병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당뇨병학회는 6일 '당뇨병 팩트시트(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1)' 논문을 통해 2020년 기준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 수가 약 600만 명으로 집계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12년부터 당뇨병에 대한 인식 제고와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당뇨병 팩트시트를 배포하고 있다. 2012년 발행된 당뇨병 팩트시트에서 2010년 당뇨병 환자수가 320만 명임을 감안하면 10년 새 유병인구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당시 학회는 2050년 국내 당뇨병 환자 수가 591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뇨병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당초 예상치를 30년 가량 추월한 것이다. 배재현 대한당뇨병학회 언론·홍보간사(고려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 수가 학회의 전망을 30년이나 앞서 추월했다”며 “기존에 당뇨병을 앓아온 환자들의 수명이 길어진 데다 소아·청소년을 비롯한 20~30대 젊은 층에서 당뇨병 발생률이 늘어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현재 전체 당뇨병 환자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는 39.2%였다. 특히 65세 이상 여성의 경우 과반수(51.2%)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가운데 노인 당뇨병 관리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그로 인한 진료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당뇨병 진료비는 2015년 약 1조 8000억 원에서 2020년 약 2조 9000억 원으로 5년 새 60% 이상 증가했다. 당뇨병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인에게 질병부담이 가장 큰 질환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학회는 국내 당뇨병 관리가 ‘낙제점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당뇨병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동반 질환의 비율이 높고 그로 인한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크다. 따라서 당화혈색소(A1C)와 혈압, 콜레스테롤 등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2020년 현재 당뇨병이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환자는 10명 중 1명(9.7%)에 그쳤다.
당뇨병의 진단과 관리의 핵심 지표인 당화혈색소가 목표 범위(6.5% 미만) 내로 관리되고 있는 환자는 24.5%에 불과한 실정이다.
원규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당뇨병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은 다른 만성 질환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 통합적이면서 적극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당뇨병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적극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당뇨병 관리를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위기로 여기고 관리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공복혈당 뿐 아니라 당화혈색소를 국가검진 항목으로 추가하고, 당뇨병전단계부터 적극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원 이사장은 "2050년 예상치를 30년 앞서 추월했다는 것은 당뇨병대란을 막아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을 시사한다"며 "정부와 전문가 그룹이 모여 연이은 당뇨병대란을 막기 위한 현실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는 당뇨병학회는 당뇨병의 예방과 당뇨병 환자의 정책적 지원 방안 모색 등을 위해 다각도로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