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최초의 한국 근대미술 기획전이 11일부터 미국 서부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개막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의 근대 시기를 주제로 한 기획전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전을 11일부터 내년 2월 19일 LACMA에서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한국의 근대기 미술은 1897년 대한제국 선포 이후로 1910년 한일병합, 1945년 해방,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는 격변기와 동행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근대미술팀장)은 “통상적으로 일제강점기는 ‘암흑’의 시대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 이 시기는 온갖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밀려들어오면서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충돌하고 융합했던 격렬한 역동기였다”면서 “이 시대를 살아냈던 화가, 조각가, 사진가 88명의 작품 130여 점을 통해 한국 근대 미술을 서구에 소개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출품작 면면이 화려하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등록문화재만 4점이 포함됐다. 일찍이 유럽에서 활동한 화가 배운성의 1930년대 작품 ‘가족도’를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의 ‘자화상’(1915),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론도’(1938),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의 개척자 오지호의 ‘남향집’(1939) 등이다.
국민화가 박수근의 ‘유동’(1963), 이중섭의 ‘흰 소’를 포함한 삼성가(家) 기증품인 ‘이건희 컬렉션’ 21점도 태평양을 건너 LA로 갔다.
세계적 ‘아트 인플루언서’가 된 방탄소년단의 RM(본명 김남준)이 재능기부로 오디오 가이드 음성녹음에 참여했다. 나혜석 ‘자화상’, 김환기 ‘산월’, 유영국 ‘작품’, 장욱진 ‘나룻배’, 이쾌대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오지호 ‘남향집’, 박수근 ‘유동’, 권진규 ‘비구니’, 채용신 ‘고종황제어진’, 변월룡 ‘1953년 9월 판문점 휴전회담장’ 등 10점을 RM이 직접 선정에 참여했다. 설명은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녹음했고, 전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LACMA와 현대자동차의 파트너쉽 프로그램인 ‘더 현대 프로젝트: 한국 미술사 연구’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LA 한국문화원에서는 전시 부대행사로 한국근대영화 상영전 연다.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은 “이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의 시기를 조명해보고, 다른 문화와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예술가들이 어떻게 새로운 창작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