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갑질' 브로드컴, 과징금 안 낸다… 동의의결 인용

공정위, 위법성 가리지 않고 동의의결 절차 개시
"선도적 기업 간 동의의결로 거래질서 개선 가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서울경제DB


삼성전자(005930)에 장기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던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이 과징금을 물지 않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기업이 과징금 등 제재를 받지 않고 스스로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동의의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다.


공정위는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 등 4개사(이하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사건 관련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다고 7일 밝혔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구매 주문 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지원 중단 등을 수단으로 통신칩 등 스마트기기 부품 공급에 관한 3년 간의 장기계약 체결을 강제한 사안을 심사하고 있었다.


브로드컴은 7월 공정위에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했다. 위법성 여부를 다투기보다 자발적으로 스마트기기 부품 시장에서의 경쟁질서를 회복하고 중소 사업자 등과 상생을 도모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브로드컴은 자진 시정방안으로 스마트기기 제조사를 대상으로 선적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으로 부품 공급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 및 경쟁 사업자 배제 행위 등을 중단하는 한편 상생기금을 마련해 반도체·정보기술(IT) 산업 분야의 중소 사업자를 지원하고 반도체 설계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26일과 31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진행한 뒤 인용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결정의 배경으로 △스마트기기 부품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고 동태적 경쟁이 이뤄져 동의의결로 신속히 사건을 마무리할 실익이 큰 점 △선도적 위치에 있는 거래 당사자 간 사건이라 동의의결로 거래 질서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점 △브로드컴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시정 방안을 이행하도록 해 스마트기기 부품 시장의 혁신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점 △상생 지원 방안으로 중소 반도체 업체의 기술개발 및 신규 진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시정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이해관계인 등 의견을 수렴한 뒤 다시 공정위가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하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브로드컴과 협의해 시정방안을 보완·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고 이후 1~2개월간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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