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對中전략' 없인 또 실패…기업들 '중국 징비록' 만들어야  

사드 보복 본격화에 경쟁력 뚝뚝
현대차 시장점유율 1%대로 떨어져
롯데百 철수●K뷰티 열풍도 소강
성장 분야 위주로 사업 재편 필요
원자재 다변화·신규시장 발굴 시급







한국 기업들이 정교한 대중(對中) 전략을 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추진되면서 중국 투자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한국 기업이 현지 시장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 앞으로는 원자재 수입 다변화, 신규 수출 시장 발굴 등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 주요 대기업들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한 2017년 이후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3년부터 4년 연속 100만 대 넘는 차량을 팔아치우며 시장에 안착했지만 수년간 이어진 사드 보복 여파에 지난해 판매량이 38만 대로 줄었고 올해 시장점유율은 1%대까지 하락했다.


롯데를 비롯한 국내 유통 업계도 중국에서 밀려나는 형국이다. 롯데쇼핑은 7월 이사회를 열고 중국에 남아 있는 마지막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청두점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후 톈진과 청두·선양 등으로 지점을 확대했지만 2017년 사드 보복 조치 이후 매장을 정리해왔다. 신세계그룹 역시 2017년 이후 이마트가 중국에서 완전 철수하면서 중국 내에서 운영하는 매장이 없는 상태다.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가 약진하면서 한국 기업의 부진이 심화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3년만 해도 20%에 달했지만 지금은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샤오미·화웨이·오포 등 현지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어서다. 잘나가던 K뷰티도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이후 중국 내 1000개가량의 화장품 매장을 폐쇄했다. 현지 기업들에 상품 경쟁력을 따라잡힌 데다 최근 중국의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애국 소비 열풍이 확산하면서 한국 제품을 찾는 고객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다 정교한 대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장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 완성차 업계가 중국에서 전기차로 승부수를 던진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3월 베이징현대에 1조 원대의 자금을 긴급 수혈하며 전동화 대응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현지 생산과 판매를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리튬 등 중국에 의존적인 원자재 조달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KOTRA는 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처로 호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호주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대표 광물인 리튬·니켈·코발트 매장량 세계 2위 국가다. 동남아시아·중동 등 다른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도 커졌다. ‘포스트 차이나’로 베트남을 점찍은 롯데는 경제수도 호찌민시에 9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를 투자하며 스마트시티 구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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