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자회사인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포르쉐AG)의 기업공개(IPO) 추진 계획을 밝힌 폭스바겐그룹 주가가 상승세다. ‘자회사 상장’ 소식만 들려오면 모회사 주가가 폭락하는 국내 증시와는 정반대다. 대규모 배당·자회사 주식의 소규모 상장 등 모회사 주주 보호 정책 차이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6일(현지 시간) 폭스바겐그룹 주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10.75유로(5.89%) 오른 193.35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폭스바겐그룹 이사회가 5일 자회사인 포르쉐AG를 연내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 당일 주가는 3.67%가량 빠졌지만 이튿날 하락분을 만회하고 상승한 것이다.
반면 국내 사정은 정반대다. 알짜 자회사를 상장한 모회사 주가는 좀처럼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이다. 지난해 1월 15일 105만 원까지 치솟았던 LG화학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 분할할 계획을 발표한 후 실제 상장이 이뤄지자 올 3월 43만 7000원까지 폭락했다.
폭스바겐그룹 주가를 끌어올린 배경에는 모회사 주주 보호 정책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커버리지분석부 부장은 “폭스바겐그룹은 포르쉐AG 상장으로 유입되는 현금의 49%를 내년 초에 모두 배당하겠다고 공언했다”며 “특정 대주주나 일부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게 아닌 폭스바겐그룹 주주에게 돌아가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그룹이 상장할 포르쉐AG 주식은 전체의 12.5% 정도로 모두 우선주다. 이 중 약 2.5%가량을 카타르 투자청이 가져가기로 했다. 전체 주식 중 10%가량이 상장되는 것이다. 상장이 성사되면 포르쉐AG의 기업가치는 600억~850억 유로(약 82조~116조 원) 사이로 평가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 성사 시 폭스바겐그룹에는 8조 2000억 원에서 11조 6000억 원 정도의 현금이 유입되는 것이다. 그룹 모회사 주주들에게는 이 중 절반인 4조 1000억~5조 8000억 원이 배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우선주만 상장하는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김 부장은 “폭스바겐그룹이 보유한 전체 포르쉐 주식 중 12.5%를 상장하는데 이조차도 모두 우선주라 의결권이 없다”며 “일반적인 IPO와 달리 주주가치 훼손이 없는 사실상 채권 발행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포르쉐AG의 상장 소식이 오래전부터 논의됐던 만큼 폭스바겐그룹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점도 주가 급락을 막았던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