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에 빠진 유럽연합(EU)이 막대한 초과 이익을 얻고 있는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 부과를 추진한다. 치솟는 에너지 요금으로 가계의 생활고가 심화하자 에너지 값 급등으로 이익을 누리는 기업들에 세금을 매겨 취약층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와 동시에 EU는 대규모 마진콜(추가 담보금 요구)로 경영난에 빠진 일부 에너지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9일 열리는 EU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 부과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깃은 가스 값 급등으로 덩달아 이익을 보고 있는 화석연료 업체와 풍력·원자력 등 저탄소 발전 업체들이다.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전력 시장은 가스 가격이 오르면 전체 전력 가격도 인상되는 구조인데 가스를 발전원으로 사용하지 않는 전력 업체들이 이 점을 이용해 초과 이익을 거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 같은 논리를 들어 횡재세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다만 EU는 형평성을 위해 기록적인 이익을 낸 석유·가스 생산 업체에도 횡재세를 매기고 세수를 취약 가구에 분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으로 EU는 전력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일견 모순되는 두 조치가 동시에 추진되는 것은 과거 선물 시장에 전력을 매도했던 전력 업체들에 최근 마진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 시장에서 자산 가격이 오를 때 거래를 유지하려면 거래소에 추가 담보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최근 가스 가격이 급등해 전력 회사의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유럽 전력 기업들이 직면한 마진콜 규모는 최소 1조 5000억 달러다. 스웨덴·핀란드는 6일 전력사들에 각각 230억 달러와 100억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상태다.
이처럼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동시에 초과 이익과 유동성 위기에 처한 탓에 횡재세 도입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FT는 “아직 모든 회원국이 횡재세 도입 제안을 지지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시적인 횡재세는 투자자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자칫 왜곡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