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 흑자는 10억 9000만 달러에 머물러 전년 동월 대비 66억 2000만 달러나 쪼그라들었다. 상품수지가 11억 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중 서비스수지·본원소득수지·이전소득수지 등을 제외한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12년 4월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경상수지의 핵심인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9% 증가에 그쳤으나 수입은 21.2% 급증한 탓이 크다. 원유, 가스의 수입액 증가율은 각각 99.3%, 58.9%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2.5%에 머무르는 등 수출 동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우려된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84.2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13년 5개월 만에 1380원을 돌파해 에너지·원자재 수입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교역 조건이 호전될 가능성은 낮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환율도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대외 거래 지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현재 추세라면 8월에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 재정 적자와 경상 적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할 경우 대외 신인도 타격과 외자 유출 등의 악순환에 직면할 수 있다. 정책 당국자들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말만 반복할 때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수출 침체로 경기 회복세가 불투명해졌다는 경고다. 정부는 위험 신호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교역 구조를 재편해 동남아·인도·유럽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수출 주력 품목도 늘려나가야 한다.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 혁신도 필요하다. 초격차 기술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 구조 리셋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