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꺾인 가운데 한국은행이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면서도 한미 금리 역전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 예상돼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강조하면서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배제했다. 이날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환율이 상승했지만 경기·물가 상황이 8월 금통위 이후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8월 금통위에서 밝힌 점진적 금리 인상 원칙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물가 오름세가 하반기 중 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 현상이 다소 완화됐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악화될 경우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성장 흐름이 약화되겠으나 민간소비의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문제는 국내 경제가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주요국이 정책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주요국 성장세가 점차 떨어지는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6%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상승 파급 영향은 시차를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특히 누증된 부채와 높아진 자산가격이 통화정책 긴축 영향을 확대시킬 소비가 있다”며 “저소득·과다 차입 가계를 중심으로 소비제약 효과가 집중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금리나 주가 변동성도 점차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 연준을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달아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는 가운데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와 경기 둔화로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될 것이란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이에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이나 경기 전망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금리·주가 등 가격 변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