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유치 과정에서 ‘신의 한수’로 꼽혔던 무상부지 제공은 '특혜의혹'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미공개 논란이 일었던 한전공대 유치 공모를 위한 협약서가 8일 공개된 가운데 '용도변경 적극 지원' 등의 조항이 삽입되면서 과도한 특혜 논란 확산과 함께 향후 법정 소송도 불가피 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남도와 나주시는 이날 오전 전남도청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협약서와 약정서를 공개했다.
이 두 문건은 부영주택이 한전공대 예정 부지로 나주에 있는 회사 골프장 일부를 무상 기부하고 나머지 잔여 부지를 주거용지로 바꾸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번 합의서 공개는 광주경실련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지난 7월 판결 확정됨에 따라 진행됐다.
광주경실련은 지난해 1월18일 한전공대 부지 기부와 관련한 협약 사항의 공개를 요구하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전남도는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고, 경실련은 '위법하다'면서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광주경실련이 전남지사·나주시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남도지사와 나주시장이 부영주택과 맺은 협약내용에 대한 비공개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공개된 문서는 협약서와 한전공대 부지증여 약정서 등 2건으로, 김영록 전남지사·강인규 나주시장·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친필서명이 포함돼 있다.
지난 2019년 1월 4일 작성된 협약서는 4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부영주택이 골프장 부지 중 40만㎡를 대학부지로 무상 증여하고, 이에 따라 남게 된 골프장 잔여 부지 35만㎡의 주거용지(용적률 300% 이내) 전환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학 부지로 확정된 후인 2019년 8월 서명된 약정서는 9개 조항을 통해 협약서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 협약서 내용을 놓고 보면 전남도와 나주시는 기증의 대가로 잔여 부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추진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용도변경은 지역사회에서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전공대 부지를 '순수한 무상기부'라고 주장해온 전남도와 나주시, 부영주택의 협약은 거짓이었다"며 "순수기부를 빙자해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보장한 '부당거래'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며 "전남도와 나주시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에 제출한 도시계획입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지난 3월 부영주택 측이 제시한 도시계획 변경안은 용적률 180%에 최고 층수 28층으로 175%에 25층인 다른 아파트와 비교해도 높다.
이같은 특혜의혹은 전남도의원들에게도 이미 지적됐었다. 지난 2020년 8월19일 협약서와 약정서 내용 공개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됐었다. 이번 회의는 전남도의회 소관 상임위(경제관광문화위원회) 도의원들과 윤병태 전남도 정무부지사(현 나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해 문건을 확인했던 A전남도의원은 “회의에 참석했던 동료 의원들은 이 문건을 특혜로 봤고, 합의 내용 수정과 함께 학교 설립 등 공공성 확보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창환 전남도 정무부지사는 "골프장 절반을 대학으로 만들고 남은 골프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고민이지 부영주택을 위한 특혜로 보면 안 된다"며 “통상적이고 적정한 이익을 보장하겠지만 기반시설과 공공용지를 최대한 확보하고 추가이익은 주민편의시설로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공대 유치를 놓고 인근 광주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던 전남도는 교육, 교통, 수도권 접근성 등에 상대적으로 밀렸지만, 최후의 승부수로 던진 ‘부지제공’은 신의 한수라는 당시의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