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당선 전인 변호사 시절부터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과 알고 지내며 지속해서 교류해왔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논란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르는 사람'이라며 발뺌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이상현 부장검사)는 8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대선 기간 이 대표가 방송 인터뷰 등에 출연해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던 성남시장 시절에는 김 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한 것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수사팀이 확보한 여러 관련자들의 진술과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노트북 압수물 등 증거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당선 이전인 변호사 시절부터 김 전 처장과 여러 인적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시장 당선 이후에도 이 대표는 김 전 처장과 호주, 뉴질랜드 출장을 함께 떠나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했을 뿐 아니라, 공식 일정에서 별도로 빠져 골프를 함께 치는 등 사적 친분도 쌓았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또 이 대표는 성남시장실에서 김 전 처장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을 비롯한 공사의 주요 현안들과 관련해 대면 보고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특히 이 대표가 '방송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한 점을 주목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대면 토론과 달리 사전에 질문 내용 등이 조율되고 답변 시간도 충분히 주어지는 방송 인터뷰에서 지속해서 같은 발언을 했던 만큼, 말실수나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 같은 허위 발언을 한 '동기'가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대장동 관련 의혹을 떨쳐내기 위함이었다고 판단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련해 이 대표 책임 의혹이 선거 쟁점이 되고 검찰 조사를 받던 핵심 실무자인 김 전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논란이 거세지자, 친분을 부정하며 관련 의혹을 차단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선거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의도적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다.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 발언을 수사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수사팀의 결론 역시 비슷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관련자 진술 및 국토부와 성남시 간 주고받은 공문 등을 토대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이 대표가 주도해 처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해당 발언을 허위라고 결론내렸다. 국토부가 '4단계 용도 변경'을 언급한 사실 자체가 없고, 성남시를 압박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의혹에 더해 백현동 용도 변경 과정을 둘러싼 의혹까지 연이어 보도되고, 그 과정에서 이 대표가 직접 결재한 문서까지 발견되면서 수세에 몰리자 이 대표가 '국토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거짓말을 해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 진술이나 물증 등을 종합하면서 사실관계를 꼼꼼히 확인했다"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