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에펠탑, 조기 게양한 백악관…英 여왕 서거에 전세계 애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에 8일(현지 시간) 국경과 이념을 넘어 전 세계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조기 걸린 백악관… 美 대통령 14명 거쳐간 ‘시대의 상징'



8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를 추모하는 조기가 게양되어 있다.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미국과 영국의 동맹을 강화한 누구와도 비할 수 없는 위엄과 불변의 정치인"이라며 "군주를 넘어 시대를 정의했다. 여왕의 유산이 영국 역사와 전 세계사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2년 상원의원 시절부터 여왕과 교류해온 바이든 대통령은 서거 소식을 전해 들은 후 백악관과 모든 공공장소, 군부대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으며 예정됐던 코로나19 대응 관련 연설을 취소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미국과의 외교를 이어온 만큼 전임 대통령들의 추모 역시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은 잇따라 자신들의 재임 기간 동안 여왕이 보여준 친절과 따뜻함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국제기구·교황 추모…안보리 회의 전 단체 묵념도


국제기구와 교황 등의 추모도 이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국에서 최장수, 최장기 재임한 국가 원수로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우아함과 위엄, 헌신으로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며 "그녀는 수십 년간 격변의 시기에 언제나 힘을 주는 존재였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의장국인 프랑스의 제안으로 이날 회의 시작 전 여왕의 서거를 애도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여왕은 유럽과 그 너머에서 전쟁과 화해, 지구와 사회의 깊은 변화를 목격했다"며 "그는 이들 변화에 걸쳐 연속성의 등대였고 많은 이에게 침착함과 헌신으로 언제나 힘을 줬다. 명복을 빈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찰스 3세 국왕에게 전보를 보내 여왕이 아낌없는 봉사의 삶을 살았다며 "의무에 헌신한 본보기이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확고한 증인"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불 꺼진 에펠탑…유럽 지도자들 추모 물결



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우체국에 조의를 표하는 문구가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여왕이 70년 넘게 영국의 연속성과 통일성을 구현했다"며 "나는 그를 프랑스의 친구이자, 영국과 한 세기에 길이 남을 인상을 남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왕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에 따르면 이날 밤 여왕에 대한 경의의 의미로 에펠탑 조명이 꺼질 예정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깊은 애도를 표하며"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영국 간 화해를 위한 그의 노력은 잊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훌륭한 유머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2011년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은 가장 가까운 이웃과의 관계 정상화에 중요한 단계가 됐다"며 애도를 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011년 영국 왕으로선 처음으로 아일랜드를 방문, 과거사에 관해 유감을 표한 바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그녀가 오래도록 지켜온 봉사와 헌신의 정신, 깊은 존엄은 여러 세대에 걸쳐 존경의 원천이 됐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여왕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인물이자, 영국과 유럽 역사의 증인이자 저자였다"며 "영국 왕실과 정부, 국민에 애도를 전한다"고 말했다.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UEFA 유로파리그 축구 경기가 시작되기 전 여왕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갖고 있다.EPA연합뉴스

우크라 전쟁 중에도… 푸틴·젤렌스키 “진심으로 애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에게 조전을 보내 "최근 영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여왕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며 "수십 년간 여왕은 세계의 권위뿐만 아니라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어렵고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직면한 이들이 용기로 이겨내길 바란다"면서 영국 국민 전체에 진심 어린 애도와 응원을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왕의 서거 소식은 깊은 슬픔"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신해 이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해 영국 전체와 영국 연방에 진심으로 애도를 전한다"고 밝혔다.


북미·아프리카·남미·중동… 끊이지 않는 애도 물결


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추모하며 이스라엘과 영국의 국기가 나란히 빛으로 띄워져 있다.EPA

이밖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세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던 여왕을 무척 그리워할 것"이라며 "캐나다에 대한 여왕의 헌신은 영원히 우리나라의 역사에 중요한 부분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그의 나라와 국민에게 영감을 주는 리더십을 제공한 여왕의 서거가 고통스럽다"며 "여왕은 공적 삶을 통해 위엄과 품위를 체화했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역사적 통치와 의무, 가족, 신념과 봉사에 바친 일생이 마무리됐다"며 "호주인들의 마음은 영국 국민과 함께 한다"고 말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도 "뉴질랜드 국민을 대표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그녀는 비범했다. 70년 재임 기간은 우리 모두에 대한 그녀의 헌신에 대한 확고한 증거였다"고 말했다.



9일(현지 시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추모의 뜻을 밝히고 있다.AP연합뉴스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여왕은 마음 깊은 추모를 영국 정부와 국민에게 전한다"며 "고인의 비범한 일생과 훌륭함을 기억하겠다"라고 적었다.


현재 멕시코와 아랍에미리트, 뉴질랜드, 이스라엘, 케냐, 보우소나루, 이집트,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폴란드, 요르단, 파키스탄 등 각국 정상들의 추모 메시지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