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잭슨 홀 매파 유지”…“美 금융시장 완화세 멈췄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롬 파월(오른쪽) 연준 의장이 8일(현지 시간) CATO 연구소와의 대담에 참석했다. 대담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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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음에도 올랐습니다. 나스닥이 0.6%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66%, 0.61% 상승했는데요. 하루 종일 하락과 상승을 오가다 장막판에 오름폭을 키웠습니다.


이날 오전 한때 연 3.205% 선까지 내려갔던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파월 의장의 CATO 연구소와의 대담 뒤 3.3%를 다시 넘어섰습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한 것도 한몫했는데요. ECB는 올해 인플레 전망치를 6.8%에서 8.1%로 내년도 3.5%에서 5.5%로 올렸습니다. 경제성장률도 올해는 3.1%지만 내년에 0.9%에 될 것으로 봤죠.


다만, 파월 의장의 발언이 잭슨 홀 연설 수준이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종목별로는 리비안이 메르세데스와 유럽에서 전기 상용 밴을 만들기 위한 조인트 벤처를 구상하고 있다는 소식에 10.92% 폭등했는데요. 오늘은 그의 주요 언급 내용과 함께 금융시장 여건,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우리의 일 끝날 때까지 계속할 것…지금까지 해온 대로 솔직하고 강하게 행동”

파월 의장의 CATO 대담에서 알아야 할 것은 아래 5가지입니다.



① “역사는 너무 이른 정책완화 강하게 경계한다”→해석: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며 유지를 하더라도 내릴 가능성은 없음


② “우리의 일이 끝날 때까지 계속한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솔직하고 강하게 행동할 것이다”→해석: 인플레이션 낮추는 데 올인. 커뮤니케이션 논란 의식하는 측면 존재


③ “노동 수요 너무 너무 강하며 일자리 증가 크고 급여상승률 높아. 일정 기간 추세선 이하의 성장을 통해 노동시장을 더 나은 균형점으로 되돌릴 예정이며 이는 급여상승률을 2% 인플레이션과 맞게 낮출 것”→해석: 경제와 노동시장 둔화(실업률 상승) 불가피. 정책목표 달성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급여상승률이 낮아질 때까지 긴축 지속 가능성


④ “잭슨 홀 연설은 인플레에 초점을 맞춘, 범위가 좁고 직접적이며 훨씬 짧았다. 그 메시지는 정말로 연준이 오랜 시간(over time)에 걸친 2%라는 물가안정 책임을 받아들인 것→해석: 잭슨 홀 연설이 매파적이었음을 스스로 설명. 2%라는 인플레 타깃으로 갈 것이며 다만 시간은 걸릴 수 있음


⑤ “높은 물가가 일시적인가? 아니면 더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지금 당장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의문”→해석: 지금까지 고인플레가 코로나19 때문으로 봐왔지만 팬데믹 이후 구조적으로 저물가 시대가 끝났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고민. 상황에 따라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지속할 수 있음을 시사



파월 의장의 말대로 노동시장의 수요가 너무 강하다.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건수 현황

이날 파월 의장은 잭슨 홀에서의 연설 내용을 다시 꺼내면서 스스로 "그 메시지는 정말로 연준이 오랜 시간에 걸친 2%라는 물가안정 책임을 받아 들인 것”이라고 친철히 설명했습니다. 그날도 얘기했던 연설의 범위가 좁고 직접적이며 짧을 것이라는 말도 다시 했죠. 자기가 한 말을 되새기며 의미를 설명해줄 정도로 연준의 의지가 강하다고 보면 되는데요.


파월 의장은 이날 딱히 통화정책 속도조절이나 경기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큰 틀에서 잭슨 홀 미팅과 유사한데요. 그러면서 “역사는 너무 이른 정책완화를 강하게 경계한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솔직하고 강하게 행동할 것”, “외부의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는다” 같은 말들을 했습니다.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해서는 “현재 운영시스템이 좋다”며 큰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는데요.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이날 파월의 대담에 대해 “연준은 그들이 그것(인플레를 억제하겠다는 것)에 머물러 있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2% 타깃으로 가는데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눈여겨 볼 부분은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관해 구조적 변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부분입니다. 그는 “높은 물가가 일시적인가? 아니면 더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며 “지금 당장 알 수는 없지만 확실히 의문”이라고 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개편과 우크라이나 전쟁, 서방과 중·러 사이의 대결, 노동시장 변화 등이 예전의 저물가·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오는 게 아닐까 한다는 말입니다.


글로벌 경제 자체가 고물가·고금리 시대로 간다면 연준의 역할도 물가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겠지요. 파월 의장은 결론을 내리는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반드시 알아둬야 할 부분입니다.


“여전히 강한 노동시장 실업급여 청구건수 6000건↓”…“미 금융여건 완화 7월15일 이후 처음으로 제자리”

하나 더, 어제 있었던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의 발언을 오늘 상황과 연계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과도긴축 우려 발언만을 근거로 추가적인 기대를 하면 곤란하다는 게 오늘 파월 의장의 말에서 드러났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브레이너드는 결국 시장이 과도하게 빠질까봐 한번 잡아주고 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인 맥은 긴축의 지속이지요. 잭슨 홀 이후 파월은 자신의 말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다시 말을 바꾸거나 애매한 언급을 할 수 없지요.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반면 부의장은 무게감은 있으면서도 그의 말은 의장이 최종적으로 교통정리를 할 수 있지요. 역할 분담이라고 보면 될 듯한데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게 1번”이라며 9월에 0.75%p를 올릴 수 있음을 분명히 했지요.


어쨌든 파월 의장의 말처럼 노동시장이 강합니다. 이날 나온 지난 주(8.28~9.3)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2만2000건으로 전주보다 6000건 감소했는데요. 4주 연속입니다. 전주 역시 수치를 보정하면서 4000건이 줄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지난 주 23만5000건을 예상했는데 꽤 적습니다. 4주 이동평균 수치도 24만5500건에서 24만500건을 거쳐 이번에 23만3000건까지 내려왔습니다. 계속 감소하는데요.



시카고 연은의 NFCI 지수. 9월2일로 끝나는 주의 금융여건이 전주와 같았다. 시카고 연은 화면캡처

최소 2주 연속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가 143만7000건에서 147만3000건으로 증가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견고함은 분명합니다. 낸시 반덴 호우텐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은 여전히 매우 타이트하며 고용주들은 단기적으로 상당 수의 노동자를 해고하기보다는 채용속도를 계속 늦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신규나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단기간 내 급격하게 늘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봤는데요.


굳건한 고용은 연착륙을 위한 마지막 희망의 끈이 되기도 하지만 더 많은 금리인상을 불러오고 결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7월 FOMC 전후로 계속 풀려 오던 미국의 금융시장 여건이 드디어 추가적인 완화를 멈췄는데요. 이날 나온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2일로 끝나는 주의 국가금융여건지수(NFCI)가 -0.22로 전주와 같았습니다. 이 지수는 단기금융시장과 부채, 주식시장 등을 보는데 0 이상이면 긴축, 이하면 완화인데요.


지난 1월 이후 줄곧 긴축의 길을 걸어오다가 6월 증시 저점을 찍은 뒤 다시 완화해왔죠. 그러다 잭슨 홀에서의 파월 의장 연설 뒤 지난 주 증시가 급락하고 시중금리가 올랐는데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이 과도한 주식시장 상승을 명백히 부담스러워 하는 만큼 연준 입장에서는 긍정적 요소이긴 한데요.


하지만 금융시장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가 관건이겠습니다. 이날도 시장은 들쭉날쭉하다가 올랐는데요. 상승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썸머랠리 같은 상황이 연준을 상당히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불필요한 추가 긴축을 낳을 수 있죠. 모나 모나한 에드워드 존스의 선임 투자 전략가는 “연준은 6월부터 8월 중순까지의 랠리를 보면서 흥겹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증시 변동성 가을 내내 이어질 것”…“10~12월 중간 선거 있는 해 좋았다”

이제 증시를 살펴보죠. 이날 증시에 관해 진 골드만 세테라 인베스트먼트 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 장관의 발언은 잭슨 홀 연설의 매파적 어조를 되풀이 했다. 획기적인 것은 아니며 정말로 새로운 것은 없었다”고 했는데요. 시장도 고민이 많았지만 어제의 흐름을 이어갈 수준 또는 구실은 됐다는 의미입니다. 주식과 채권시장의 시각은 다르기도 하니까요.


다만,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가브리엘 산토스 JP모건 자산운용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우리는 지난 수개월 동안 글로벌 경기침체를 우려했는데 이제는 달러가 주요국 대비 20년 이상 최고치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로 가고 중국은 주요 도시의 락다운(폐쇄)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해당 지역 경기전망에 도움이 안 되며 미국의 성장에도 도움이 안 된다. 무역도 그렇고 (기업) 어닝도 그렇고 증시는 가을 동안 변동성이 지속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우선 유럽은 에너지 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죠. 달러 강세도 여전합니다. ECB의 0.75%p 금리인상에도 달러인덱스는 110을 계속 오르내렸는데요. 모리스 옵스펠트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프린스턴대의 하오난 저우는 “위험 신호가 이미 깜박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사이클의 긴축이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달러상승에 팬데믹 동안 부채가 증가한 신흥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는데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처리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에 어려움을 줄 것이며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도 손상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CNBC는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고 달러는 수십 년 만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 결과) 일부 외국 주식시장은 취약해 보이며 이는 미국 증시에도 단기적인 경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S&P500 소속 기업의 매출 30~35%가 해외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중건선거 이후 증시상황

이번에는 차트 분석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케이티 스톡턴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 설립자는 S&P 3900 얘기가 많은 와중에 다시 한번 3815를 강조했는데요. 스톡턴은 “3815를 주목해야 하며 지수가 그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또 다른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3815는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날 S&P가 4006.18에 마감했는데요.


도이치뱅크는 증시가 전고점 수준으로 튀거나 3000으로 밀리는 양쪽이 다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무슨 말인가 싶은데, 도이체 뱅크의 빙키 차다는 “경기침체에 빠지면 매도세가 더 진행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이 이전 최고치로 급격히 회복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경기침체를 피하는 시장은 바닥으로부터 4개월 내 이전 최고치로 올랐다고 하네요.


빙키 차다는 “거시지표는 지금 우리가 침체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침체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썸머 랠리 이후 시장이 다시 하락하고 있어 연말 다시 반전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반등이 나타나면 10월에 시작할 가능성이 있는데 3분기 성장률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건데요. 10~12월의 계절성은 중간선거 해에 긍정적이라고 했습니다.


카슨 그룹도 비슷한데요. 라이언 데트릭 카슨 그룹 수석 시장 전략가는 “중간선거가 2달밖에 남지 않았다”며 “좋은 소식은 선거 1년 뒤 증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매번 상승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는데요. 평균 상승률이 14.1%입니다. 이번에도 들어맞을지 궁금한데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코앞입니다. 9월 기준금리 인상은 0.75%p로 기울었지만 인플레이션 동력이 어떻게 될지가 중요한데요. 월가의 관심이 9월 금리인상폭이 아닌 최종금리 수준(terminal rate)에 쏠리고 있어 더 그렇죠.


추석입니다. 연휴 동안 시장은 잠시 잊으시고 푹 쉬시면서 즐겁게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는 추석 당일인 한국시간 10일은 쉬고 13일에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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