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돈은 잘 버니”…명절에 늘어나는 가정폭력

가정폭력 신고 매년 4000건 ↑…평균 신고의 1.4배
본래 갖고 있던 스트레스 가족과 오래 머물며 폭발해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서울역에서 양손에 보따리를 든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절마다 발생하는 가정폭력·아동학대 등 중요범죄들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설과 추석 등 명절기간 동안 가정폭력?아동학대 신고는 평시에 비해 급격하게 상승한다. 최근 5년간 설 명절 연휴기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신고는 매년 4000건을 상회했다. 2017년 1076건, 2018년 1032건, 2019년 954건, 2020년 865건 등이다. 일평균 가정폭력 신고의 1.4배 수준이다.


추석 연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추석 연휴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017년 2447건, 2018년 3003건, 2019년 3125건, 2020년 2729건에 달한다. 당해 하루 평균 가정폭력 신고 건수보다 47%가량 높은 수치다.


명절에 가정폭력 범죄가 높아지는 이유는 개인이 갖고 있던 스트레스가 가족들로 인해 견디기 힘들 만큼 치솟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점이나 불편함을 가족이 지적하면서 스트레스가 평시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하며 가족 간 불화가 시작된다. 한 가정폭력소 관계자는 “평소 만나지 않는 가족들끼리 안부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약점을 집어 과도하게 지적하거나 조언하면서 명절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며 “본래 가지고 있던 불만이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폭발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폭력 범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실제 명절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은 많다. 결혼하지 않는 부부?취업이 어려운 학생 들은 기성세대와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소통을 거부하기도 한다. 경남 양산이 고향이라는 민 모(29) 씨는 “취업을 못하고 있어 죄인 취급받는 게 너무나 스트레스”라며 “친척들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직장에 우선 취업하라고 늘 말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번에도 추석에 내려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박 모(33) 씨는 “아직 아내가 어려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는데 명절 때마다 아이를 낳으라는 독촉에 머리가 아프다”며 “우리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석 연휴를 맞아 특별방범 활동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경남·부산 등 각 시·도경찰청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2일까지 2주 동안 추석 명절 종합치안 대책을 추진한다. 경찰은 추석 연휴 기간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해 안전한 치안 환경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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