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카카오가 성남FC 인수한다고?

정치권 이슈 휘말린 성남FC, 매각 추진
자금력 풍부한 카카오, 인수 여력 충분하지만…
기업 존재 첫번째 이유 '돈을 버는 것'
정치적·경제적 장애물 넘을 명분 있어야

최근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뉴스가 있습니다. K리그 성남FC의 매각 추진 소식이었는데요. 지난달 신상진 성남시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성남FC를 해체하거나 매각하겠다고 폭탄 선언하자 축구계가 술렁인 것입니다.


신 시장의 발언은 과거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 대표는 2014년 성남FC를 시민구단으로 전환하고 직접 구단주가 됐습니다. 그런데 한해 100억 원 넘는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들로부터 광고와 후원을 받았던 게 정치권에서 문제로 불거졌죠. 이를 염두에 둔 신 시장은 성남FC를 향해 비리의 대명사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더 이상 운영이 불가함을 주장한 것입니다.


다만 팬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최근 성남시는 한발 물러섰습니다. 구단 연고지는 그대로 둔 채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축구계에서는 카카오가 성남FC를 인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경기에서 팬들이 연고 이전 반대 플래카드를 내걸고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카카오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입니다. 성남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가 자연스레 성남FC 인수 주체로 연결됐습니다. 카카오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기업이고, 거대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스포츠 구단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될 거란 평가도 나왔습니다.


대기업에게 프로구단 운영은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는 자금력도 충분한 곳이죠. 상반기 보고서를 보면 6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약 4조3000억 원으로 매우 풍부한 편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인수 비용은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입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매년 수백억씩 곳간을 축내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카카오는 주식회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입니다. 시장에 공개된 기업은 영업 활동을 통해 돈을 벌고, 이것을 명확히 공시한 뒤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기본 사업 원칙이 있습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국내 프로 구단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스포츠 산업에 수백, 수천억 원을 쓰느니 차라리 연관 사업에 투자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카카오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카카오의 모든 투자는 기업의 영업력 증대와 관련된 것이었다"며 "스포츠 구단 투자를 검토한 적이 한번도 없어 지금 축구팀 인수를 논하기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성남FC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상황이 부담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힌 거죠.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카카오의 성남FC 인수 시나리오는 팬들에게 희망 고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업 시너지가 없는 스포츠팀 인수는 카카오 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에게도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분당의 또다른 플랫폼 대기업, 네이버(NAVER) 측에도 문의를 해봤습니다.


네이버 관계자 역시 성남FC 인수에 대해 "고려한 적이 없고 검토를 한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네이버는 이재명 전 시장 시절 성남FC에 돈을 후원했다가 정치적 이슈에 휘말린 여러 기업 중 하나입니다. 성남FC 인수 기업으로 거론되는 게 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재무제표 갈무리./각 사 사업보고서

최근 대기업들이 새 프로야구단을 창단한 사실을 떠올리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KT위즈, SSG랜더스, 키움 히어로즈 등이 기업의 자금력을 발판 삼아 최근 10년 사이 출범한 새 팀들이죠. 다만 국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시장 규모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KBO리그(프로야구)가 지난해 지상파 3사와 맺은 4년 중계권료는 2160억 원,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맺은 5년 중계권료는 1100억 원 이었습니다. 합치면 1년에 760억 원입니다. 반면 K리그의 중계권료는 연간 60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어도 기업의 마케팅 측면에서 국내 프로축구는 프로야구 대비 저효율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기업이 성남FC를 인수하려면 이렇게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장애물을 뛰어넘을 뚜렷한 '명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 명분이 기업 오너나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마음을 흔들어 인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기업에게 투자의 명분은 경제적 대가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이미 정치적 이슈에 휘말렸던 성남FC의 상황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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