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명절 추석을 하루 앞둔 9일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피해지역에서는 수재민과 자원봉사자들의 구슬땀이 이어졌다. 나흘간의 연휴가 시작됐음에도 이들은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을 뒤로 한채 진흙으로 가득 찬 수해현장을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쉼 없이 몸을 움직였다.
9일 경북 등에 따르면 피해가 가장 큰 경북 포항과 경주에서는 공무원, 군인, 경찰관, 자원봉사자, 의용소방대원, 안전기동대, 자율방재단 등 1만여 명이 복구에 투입됐다.
연일 많은 장비와 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아직 끊긴 도로나 전기·수도가 복구되지 않은 곳이 많아 제 모습을 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은 경북도청 5급 이상 공무원이 피해현장을 찾았고, 포항시 공무원도 절반 이상 복구작업에 참여했다.
이날까지 피해지 7787곳 중 2431곳이 응급 복구를 마쳐 복구율은 31%로 올라섰다. 정전으로 불편을 겪는 곳은 포항 281가구 경주 326가구 등 모두 607가구에 이른다. 집이 침수돼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학교 등에서 지내는 이재민은 324가구 484명에 달한다.도로가 끊기면서 고립됐던 포항시 남구 장기면 산서리와 경주시 문무대왕면 안동·호암리는 지난 8일 도로 복구가 완료돼 고립에서 벗어났다.
지하주차장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난 포항시 남구 인덕동 아파트단지는 아직 전기와 수도가 연결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경북도와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물을 빼는 배수작업과 더불어 한전과 협의해 임시 전력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구호단체 등과 함께 이재민에게 구호물품을 지급하고 세탁차, 이동 샤워차를 동원해 편의를 돕고 있다. 또 피해 주민에게 생활안정을 위한 재난지원금을 먼저 지급하기로 했다.
인접한 울산에서는 태풍으로 유실된 하천 제방 복구 작업이 이어졌다.
중장비를 투입해 유실된 제방과 웅덩이 등을 다시 메우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고, 항구 복구를 위한 정확한 피해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침수 피해를 입었던 태화강 국가정원 83만 5000㎡과 태화강·동천강 산책로 52.43km, 둔치 주차장 등은 지난 8일 응급 복구와 청소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울산시는 연휴 전 응급 복구를 마치기 위해 전날까지 인력 5925명과 장비 698대를 동원해 복구 작업을 벌였다.
부산에서도 송도해수욕장 일대에서 나흘째 복구작업이 이어졌다.
공무원과 주민, 자원봉사자 등이 오전부터 해안가 상가 등에서 태풍 잔재물을 걷어내고 파손된 도로를 보수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쉴 새 없이 잔재물 실어날랐고, 폭풍해일로 바닷물이 밀려든 상가는 내부 시설물 철거와 파손된 창문 등을 설치하느라 분주했다.
일부 상인들은 “연휴 내내 복구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일찌감치 복구에 나선 제주시 구좌읍과 애월읍 등 농촌지역에서는 겨울 채소에 물을 뿌리거나 농약을 뿌리는 작업에 한창이다. 태풍으로 인해 농경지에 짠물이 유입되면서 당근, 월동무, 양배추 등 겨울채소 새싹이 말라가는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애써 키웠지만 이미 죽어 키울 수 없는 겨울채소 새싹을 파내 내버리는 정리 작업도 진행했다. 제주도는 농민들이 농경지에 다른 작물로 파종할 수 있도록 피해 농가에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태풍으로 인해 파손된 가로등과 중앙분리대 등의 공공시설을 복구를 대부분 마친 상태다. 다만 성산읍 수마포구와 강정항 도로 파손 시설에 대해 발주 공사를 거쳐 조속히 복구할 계획이다.
제주올레길이나 거리에서는 군부대 등이 투입돼 환경 정비 활동도 본격화돼 점차 제 모습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