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맥] 믿을 건 169석 의원들 뿐? '사법리스크' 이재명의 앞날은

민주, 단일대오로 이재명 지키기 나설듯
관건은 여론..총선 다가오면 비명계 불만↑
李, 3선 연임 금지 등 정치개혁 속도전 예고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8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면서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됐던 ‘사법리스크’는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민주당 내부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입니다. 생각보다 덤덤한 모습입니다. 일단은 단일대오로 뭉쳐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동시에 김건희 특별법 통과를 예고하는 등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입니다.


사법 리스크는 장기전입니다. 검찰의 이번 기소도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 외에도 대장동 개발 관련 수천억원의 초과이익 환수를 포기한 혐의(배임), 백현동 개발 당시 시행사에 용도 변경 상향에 따른 수익을 제공한 혐의, 쌍방울의 변호사비 20억원 대납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표와 민주당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에 나설까요. 이 대표는 원내 1당이 갖고 있는 169석의 힘을 십분 활용해 정부·여당에 강공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와 경기도 시절부터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A씨의 말입니다.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와 당권 도전 모두 말렸다. 오랜 측근들이 얼굴까지 붉혀가며 한목소리로 나서니 본인도 처음에는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친명계 의원들이 나서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당신이 아무리 역대 최소 격차로 패배한 대선후보여도 여의도에 몸 담지 않은 이상 검찰 기소 등 정치적 위기가 찾아오면 아무도 돕지 않을 것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까지 거머쥐면 그래도 친명계가 친문 등 민주당 주류와 한번 붙어볼만 할 것이다’ 등의 조언이 잇따르다 보니 이 대표도 결국 설득당했다"



당시 상황을 소개한 이유는 앞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의 대응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친명계 인사들은 검찰의 공세에 맞서려면 원내 1당의 화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전당대회를 통해 이 대표는 친명계로 구성된 새 지도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와 혼연일체가 되어 극한 투쟁을 펼치는 등 강 대 강 정국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단일대오를 언제까지 이어갈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친명계가 당의 중심 세력으로 우뚝 섰지만 의원 면면을 살펴보면 친명계라 부를 수 있는 의원은 여전히 절반 이하이기 때문이죠. 실제 이 대표가 당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당권 출마를 강행한 것은 앞서 소개한 A씨의 말처럼 의석수만 놓고 보면 여전히 친명계가 주류가 아닌는 현실과 관련이 깊죠.


당분간은 여론이 중요합니다. 검찰의 기소가 정치적으로 부당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면 이 대표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정치적으로 부당하게 탄압을 받고 있다는 여론을 확보하지 못하면 당내에서도 ‘사당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이 기소할 때마다 의원총회 열고 국회 올스톱시킬 것인가 ” “결국 본인 살기 위해 당 대표에 출마했다는 걸 입증한 셈” 등 벌써부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반응도 당내에서는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불만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계파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론에 민감한 스윙 보터가 밀집된 수도권의 의석은 현 야당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당장 여론은 이 대표에게 썩 우호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10일 코리아리서치가 추석 연휴를 맞아 MBC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수사와 관련해 '법적 절차에 따른 것으로 표적 수사는 아니라고 본다'는 답변이 과반(52.3%)을 넘었습니다. '야당 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42.4%로 집계됐습니다.



강 대 강 대치와 별도로 이 대표는 자신이 캐치 프라이즈로 내건 ‘유능함’을 하루빨리 입증하기 위해 정치 개혁 등의 과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법 리스크로 정치적 위상이 흔들리더라도 “이재명이 여의도에 오니 정치가 달라졌다”는 평가만 이끌어내면 야당의 유일무이한 대권주자라는 정치적 위상은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 대표와 오랜기간 인연을 맺어온 또다른 측근의 말입니다.



“최근 이 대표에게 사법부의 판단은 아무도 모르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 초심을 잊지 말고 당 대표로서 정치개혁 등의 성과를 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선 막판 때 공약했던 정치개혁은 국민과 한 약속이기도 하다. 총선을 앞두고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제한 등 강도 높은 조치도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 당의 체질을 바꾸지 못하면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게 자신에게도 미래가 없다는 걸 본인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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