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군 파죽지세에 하르키우 철수…"수도 수성 이후 최대 성과"

동북부 철도 요충지 하르키우서 철수
우크라이나군, 2000㎡ 영토 탈환
"서방 지원 많을수록 전쟁 빨리 끝날 것"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바라클라아의 한 광장 동상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9일(현지시간) 이 도시를 탈환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에서 사실상 철수를 결정했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공세에 밀려 보급 기지로 사용되던 요충지의 점령을 포기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 수성 이후 올린 최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군대에 하르키우를 떠나 동부 도네츠크 전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도네츠크는 러시아가 전쟁의 초기 목표로 내걸었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의 일부다. 러시아가 임명한 하르키우주 행정부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러시아로 대피해 생명을 구하라"고 권고했다.


러시아의 부대 재배치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동북부 지역의 요충지들을 잇달아 탈환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군의 철수 발표가 있기 수 시간 전 우크라이나는 동북부 철도 교통의 허브인 쿠피안스크를, 전날에는 바라클라야를 장악했다. 이로 인해 인근 도시 이지움에 주둔하고 있는 최대 1만 명의 러시아군 보급로가 끊겼다. 이지움은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와 하르키우를 잇는 길목 도시로, 러시아가 돈바스 공격을 위한 보급 기지로 활용해왔다. 결국 러시아는 이미 주도권을 빼앗긴 하르키우주를 포기하는 대신, 주요 점령지인 도네츠크주를 지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 군인들이 10일(현지시간) 동북부 쿠피안스크를 수복한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여러 점령지에 거센 기세로 진격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9월 초부터 우크라이나군이 되찾은 영토는 약 2000㎡"라며 "우크라이나에 점령자가 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9일만 해도 탈환 영토가 1000㎡ 상당이라고 밝혔는데 이틀 만에 갑절이 된 것이다. 러시아가 점령한 루한스크주의 세르히 헤이데이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군의 진보는 어마어마하다. 산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러시아군들이 대부분 도망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도 공세를 키우고 있다고 알렸다.


통신은 "하르키우 철수는 러시아군이 3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강제 퇴각한 이후 최악의 패배"라고 평가했다. 이어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러한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러시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또한 서방 국가에 무기 지원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독일을 방문 중인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서방에게 받은 무기로 러시아군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우리가 더 많은 무기를 받을수록 우리는 더 빨리 승리하고 이 전쟁은 더 빨리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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