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며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계약자 전원에게 현금 100만원을 제공하는 단지가 등장했다. 이전에도 추첨을 통해 명품 가방이나 수입차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분양 현장은 있었지만, 사실상 ‘분양가 할인’이라 할 수 있는 캐시백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얼어붙은 분양 시장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라인건설은 충남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에 조성되고 있는 오피스텔 ‘천안아산역 이지더원(아산배방지구 6-3블럭 업무시설)’ 전용 84 계약자에게 현금 100만원 또는 가전(스타일러)을 지급한다. 라인건설은 또 계약자에게 유리하도록 계약금 지불 조건도 새롭게 내걸었다. 지난해 12월 분양을 개시했을 때는 계약금(분양가의 10%)을 계약 후 30일 이내에 내도록 했지만, 분양가의 5%만 계약 때 지불하고 나머지 5%는 무이자로 잔금 때 정산하도록 변경됐다. 천안아산역 이지더원 전용 84은 타입과 층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분양가는 4억9700만원에서 5억2800만원이다.
이곳은 라인건설이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아 진행하는 이른바 ‘자체 사업장’이다. 분양 당시 KTX및 SRT 천안아산역과 수도권 1호선 아산역에 가깝고 대규모 택지개발구역에 세워지는 고층 오피스텔로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분양 직후에는 전망이 좋은 로얄동·로얄층 물건을 위주로 프리미엄이 붙었을 정도로 인기가 있던 곳이다. 그러나 올 들어 금리인상이 본격화 되고 부동산 매수심리가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사업주체가 직접 미분양 물량을 할인 판매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인근 지역의 공인중개사들은 회사가 보유 물량을 안고 가는 부담을 줄이려 이 같은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고 있다.
천안아산역 분양권을 전문으로 다루는 공인중개사 A씨는 “천안아산역 이지더원은 불당과 천안아산역 일대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분양에 들어간 주거형 오피스텔”이라며 “한 때 초피(본계약 전에 붙은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시장이 죽어 매수 문의가 없고 시장에는 이미 마피(계약자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권을 내놓는 것) 200만~500만원을 부르는 물건이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역 공인중개사 B씨는 “지난해 연말 여러 단지가 한꺼번에 분양에 돌입했고 제일 마지막에 계약에 들어간 천안아산역 이지더원만 ‘완판’이 안된 상태”라며 “시행·시공을 맡은 라인건설이 마지막으로 남은 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캐시백을 내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계약자에게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는 분양 마케팅은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경기 하남시 오피스텔 ‘미사 아넬로 스위첸’은 계약자 한정 추첨을 통해 BMW 미니 쿠퍼 5도어 클래식을 경품으로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해당 이벤트가 종료된 이후에도 물량이 남은 이곳은 공식 홈페이지에 관심고객으로 등록한 뒤 계약을 체결하면 황금열쇠 1돈(28만원 상당)을 증정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푸르지오 시티 웍스’도 모델하우스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해 벤츠 등 자동차와 와인, 가전제품 등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북 칠곡군의 ‘칠곡 왜관 월드메르디앙웰리지’는 루이비통 핸드백을, 여수 ‘더로제아델리움 해양공원’은 샤넬 핸드백을 경품으로 내걸어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