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화물연대·레미콘 차주 등의 수차례 파업으로 공사 현장이 작업 지연을 겪으면서 건설사들이 공기(工期)를 맞추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입주일자가 늦춰지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고 시공사의 지체보상금 지출 등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전국 공사 현장이 올해 초부터 이어져 온 수차례의 파업으로 공정이 지연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장마기간 타설이 어려웠던 것에 파업까지 겹치면서 실제 조업일 수가 목표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예정된 입주일자를 맞추기 위해서는 현장 인력 확대 및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의 경우 5월 민노총 산하 건설기계지부가 레미콘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이 일단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6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이 시작돼 레미콘 운송이 막히며 타설에 어려움을 겪었다. 쌍용건설이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짓고 있는 ‘쌍용 더 플래티넘 거제 아시아드’ 아파트는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화물연대 및 레미콘 차주 파업으로 공사 기간이 1~2개월가량 늦춰지는 영향을 받았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현장 소장과 소통하며 어떻게든 현장 인력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거제동 ‘레이카운티’도 파업 영향을 받았지만 입주일(내년 11월)을 맞추기 위해 공사 현장을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중이다.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부천시 계수·범박 재개발 4단지 현장은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공정률은 아직 80%에 머물러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작업 지연에 따른 부실 공사를 우려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물가 상승과 화물연대 파업, 인건비 상승 등으로 작업이 지연됐지만 정해진 기간을 준수하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로 감리가 더욱 엄격해졌기 때문에 공기를 단축시킨다고 해서 구조 안전성 등의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은 마지막 마감 단계에서 최대한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걸핏하면 파업이 발생해 건설 현장이 타격을 입는 상황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건설 관련 협회가 강력 대응에 나서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콘크리트 타설 후 혼화제를 사용하는 등 기술을 이용하면 공기를 단축시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이런 기술을 쓰지 않고 무분별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할 경우 품질은 하락하고 늘어난 수요자와 공급자만 비용 증가 타격을 받게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뿐 아니라 내년도 똑같이 불법 파업이 일어날 수 있는데 건설사들을 회원사로 둔 협회 또는 공제 조합이 나서서 한 목소리를 내고 노조의 권리 뿐 아니라 책임도 함께 물어야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